최근 한 중소기업에서 원액기를 새로 출시했습니다.
집에서 과일이나 채소의 즙을 짜내서 마실 수 있는 기계죠.
원액기 성능의 핵심은 재료에서 얼만큼을 즙으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 즉 착즙률이 얼마나 되느냐입니다.
이 업체는 70%에 머물러 있던 자사 제품의 착즙률을 신제품에서 82.6%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원액기 시장의 전체적인 성장과 함께 매출이 껑충 뛰었습니다.
매출이 2010년 252억 원에서 2년 만에 530억 원으로 급상승했습니다.
비밀은 원액기의 핵심 부품인 스크루에 있습니다.
스크루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착즙률이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이 설계를 슈퍼컴퓨터에 맡긴 것입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원(KISTI)의 슈퍼컴 4호기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가상의 스크루 4개 가운데 최적의 설계를 선택해 업체에 추천했습니다.
물론 시제품은 만들어보지도 않았습니다.
개발 비용과 기간 모두 줄어들어 시장에서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됐습니다.
KISTI 슈퍼컴 4호기(타키온)은 지금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과학기술 연구진 등의 요청을 받아 수많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고속 연산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최신 사양 컴퓨터보다 2배 이상 성능이 좋은 컴퓨터를 3,200개 연결해 거대한 규모의 연산을 서로 협력하면서 해결하는 구조입니다.
슈퍼컴퓨터라고 CPU의 성능이 일반 컴퓨터보다 수천 배 좋은 것이 아니라, 이렇게 대규모로 협력해 하나의 두뇌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슈퍼컴 기술의 핵심입니다.
슈퍼컴은 그래서 덩치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한 업체도 자국 슈퍼컴퓨터로 감자칩 프링글스의 디자인을 설계하기도 했습니다.
프링글스는 지금의 디자인으로 만든 뒤부터 생산 설비에서 빠르게 움직일 때 날아가지 않게 됐고, 통에 담길 때는 부서지는 양이 줄었습니다.
슈퍼컴으로 감자칩 주변의 공기 역학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영화나 드라마 제작과 독감 바이러스의 변이 예측, 미생물 배양기 개발, 크레인 설계 검증, 탱크 엔진 설계, 자동차 엔진 피스톤 개발 등 슈퍼컴의 사용 분야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 슈퍼컴 4호기의 성능은 상대적으로 계속 뒤처지고 있습니다.
2009년 세계 14위로 등장했지만 5년이 지나면서 현재 137위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세계에서 몇 등이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더 복잡한 연산이 필요한 과제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슈퍼컴 4호기는 점점 힘이 부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KISTI 관계자는 우리 연구진이 작업 하나를 맡기려고 해도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을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슈퍼컴 5호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KISTI는 현재 4호기가 있는 건물 바로 옆에 연면적 7,780㎡의 부지를 마련해 지하 1층, 지상 2층의 슈퍼컴 5호기 복합지원동 건립 공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계획대로 5호기가 구축되면 슈퍼컴이 우리 생활 속에 알게 모르게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편집자주] SBS 8뉴스에 방송될 아이템 가운데 핵심적인 기사를 미리 보여드립니다. 다만 최종 편집 회의 과정에서 해당 아이템이 빠질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