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전북 고창에서 첫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 확진 농가가 나온 이후 발병농가가 4곳으로 늘자 고창·부안 일대에 AI 바이러스가 전반적으로 잠복해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예찰 활동을 통해 전북 고창·부안의 발병농가 인근에서 AI 감염이 의심되는 농가 5곳을 확인했으며 이 중 한 곳은 H5N8형 AI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추가 확인된 AI 발병 농가는 앞서 발병한 농가와 비슷한 시기에 AI에 노출됐다가 증상이 나타난 것이어서 AI 바이러스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AI 사태의 주범으로 추정되는 가창오리떼가 고창·부안 일대에 이미 AI 바이러스를 대량으로 뿌렸다면 축산 농가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가창오리떼는 지난해 11월까지 전남 영산호에 머물다 12월부터 동림저수지와 금강호에 있다.
가창오리떼는 아름다운 군무를 펼치기로 유명한데, 특히 이달 6일께 가창오리 20만마리가 군무를 펼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문제는 가창오리가 군무를 펼치면서 AI의 주감염원인 분변을 고창·부안 일대에 퍼뜨렸을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환경부에서 위치추적정치(GPS)를 부착한 청둥오리의 하루 활동반경은 30∼40㎞ 정도다. 가창오리의 활동반경도 이와 유사하다고 가정하면 고창·부안군 대부분이 가창오리의 활동반경 안에 드는 셈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고창·부안군에서 사육 중인 닭은 688만9천300마리이며 오리는 151만4천603마리다.
고창·부안군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840여만 마리가 이미 AI의 위험에 노출됐다는 말이다.
물론, AI는 공기로 감염되지 않고 오염원과 직접 접촉이 이뤄져야만 감염된다는 점에서 철새의 분변 등 감염원이 농장 안으로 들어가지만 않으면 가축이 AI에 감염되는 일은 막을 수 있다.
실제로 가창오리떼가 11월까지 머물렀던 영산호 주변 농가에서는 AI 감염사례가 보고 되지 않았다.
가창오리가 국내에 들어와 AI에 감염된 것이 아니라면 영산호 주변 농가는 축사 소독, 장화 갈아신기 등을 통해 감염원이 농장 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냈다는 뜻이다.
방역당국도 영산호 주변 농가가 AI 피해를 당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주이석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은 "영산호 주변에서도 야생오리의 폐사체를 확인해 AI 감염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라며 "영산호 주변 농가들은 방역을 철저히 해 감염원이 농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무리 철새가 AI에 감염됐더라도 감염원이 농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만 막으면 닭·오리 등 가금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만큼 축사소독·장화 갈아신기 등 기본적인 방역조치를 철저히 해달라는 것이 방역 현장의 당부다.
(세종=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