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행정부가 서슬 퍼렇게 추진 중인 낭비풍조 척결 운동의 여파로 올해 중국 관료들이 뇌물 없는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맞이할 전망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이 20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의 음력 설을 가리키는 춘제는 수십년 동안 중국인에게 있어 가장 큰 명절이었고 가장 많은 뇌물이 오가는 시기이기도 했지만 올해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뇌물은 커녕 과일 바구니나 해바라기씨, 달력, 식용유와 같은 간소한 선물조차 관료들은 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지난 연말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많은 정부 부처와 국영기업들이 전통적으로 해오던 송년 파티를 취소했다.
중국 최대 이동통신업체 차이나모바일의 한 직원은 "올해 신년 파티는 5성급 호텔 대신 음식 맛이 형편없는 구내식당에서 했다"며 "가장 불만이었던 건 포상 수여식을 없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직원은 "회사 측이 게임의 일종으로 복권 추첨을 하긴 했지만 당첨되더라도 상품이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관료와 공기업 직원들은 주로 상품권 형태로 주던 전통적인 연말 보조금을 주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상하이 지방정부의 한 하급관료는 "정부 고위층에서는 한번 통제를 느슨히 할 경우 관료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찾을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신년 파티같은 걸 취소하면 부처 결속력을 해치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종종 직원들을 정말로 짜증나게 하는 것은 더욱 사소한 일들이다.
국영 석유회사의 한 직원은 "한번은 구내식당에서 해바라기씨와 사탕, 노래, 게임 등을 곁들인 조촐한 다과회를 열려고 했는데 상사가 이조차 불허했다"고 불평했다.
국영 금융서비스회사의 한 직원은 정부의 낭비근절 지침 중 가장 짜증나는 것은 달력을 못 만들게 한 것이라고 불평했으며, 또다른 공기업 직원은 신년이 되면 전통적으로 주던 아이패드와 같은 값비싼 선물 대신 치약을 받은 것이 불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관료들은 정부의 낭비근절 캠페인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일부는 정부 연회 자리에서 피하기 어려운 과음을 하지 않게 돼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했으며 다과회를 계획했다가 허가받지 못한 직원은 "솔직히 별 재미도 없는 다과회가 열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고 토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시드니=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