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역 인터넷에 대한 미국 정부의 '망중립성' 규제가 무효라는 연방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망중립성은 통신망 사업자가 모든 데이터 흐름을 동등하게 대하고 특정 서비스를 막거나 전송 속도를 차별할 수 없다는 원칙으로 한국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 판결은 통신망 사업자가 인터넷 과부하를 일으키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웹서비스 업체에 요금을 매길 수 있는 길을 터 줘, 초고속 인터넷 의존도가 큰 이들 IT 업체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워싱턴DC 관할 연방 항소법원은 미국 주요 통신망 사업자인 버라이존이 지난 2011년 연방통신위원회 FCC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광대역 인터넷에 망중립성 원칙을 적용한 규제가 법적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재판부는 FCC가 광대역 인터넷을 전화 같은 '보편 통신 서비스'로 분류하지 않았던 만큼 보편 통신 서비스처럼 망중립성 원칙을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망중립성을 옹호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2009년 첫 집권 당시 광대역 인터넷을 보편 통신에 포함하는 안을 검토했지만 '지나친 규제'라는 공화당의 반발에 밀려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광대역 인터넷은 미국에서 '정보 서비스'로 분류됩니다.
FCC는 이후 자체적으로 지난 2010년부터 광대역 인터넷에 트래픽 차별과 차단을 금하는 규제를 적용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는 논란이 계속되다가 결국 소송에 휘말렸습니다.
FCC가 판결에 불복해 상고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행동에 나설지는 아직 불명확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앞서 톰 휠러 현 FCC 위원장은 광대역 인터넷을 전화처럼 규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판결로 버라이존 등은 통신망에 큰 부담을 주는 웹서비스에 추가로 요금을 매기고 업체가 이를 거부하면 전송 속도를 늦추는 '제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TV로 인터넷 스트리밍 동영상을 보는 서비스인 넷플릭스는 북미 트래픽의 32%를 차지할 정도로 데이터양이 많아 인터넷 업체 사이에서 비용을 분담하라는 촉구가 많았습니다.
웹서비스 기업들은 추가 네트워크 요금을 물면 전체 IT 업계가 위축되고 서비스 비용이 올라간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자가 인터넷망 요금을 내는 만큼 네트워크를 이용해 돈을 버는 웹서비스 업체도 통신망 비용을 합리적으로 나눠 내는 게 옳다는 반박 의견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이동통신사 AT&T는 스마트폰 앱 개발 업체나 콘텐츠 업체가 고객 대신 통신요금을 내는 새 제도를 최근 발표해 또 다른 망중립성 논란을 촉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