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 당국의 감청이 9·11 사태 같은 테러를 예방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보 등 전통 수사 기법이 테러 차단에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인데 기존 '감청 불가피론'을 반박하는 것이라 논쟁이 예상됩니다.
미국 비영리기구인 뉴아메리카재단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와 관련된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된 피의자 225명의 사례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내놨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습니다.
재단 집계에 따르면 피의자 225명 중 미 국가안보국, NSA의 감청 작전으로 범행 전 혐의가 적발된 사례는 전체의 7.6%에 불과했습니다.
이 가운데 정치적 논란이 특히 큰 '국내 통화정보 수집'으로 덜미가 잡힌 경우는 1.7%, 4명에 불과했습니다.
'외국인 감청'으로 붙잡힌 피의자는 10명이었고 다른 3명은 NSA의 감청 유형과 법적 근거가 불분명했다고 재단은 밝혔다습니다.
반면 피의자의 59.6%가 제보나 FBI 등 타 기관 첩보, 이상 행동 신고 등 전통적 수사기법으로 혐의가 탄로 났습니다.
가장 효과가 좋은 기법은 제보로 적발 비율이 17.7%였고 '정보원 활용'도 16.0%에 달했습니다.
재단은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테러 당국자들의 전반적 문제는 전통적 수사·정보 기법으로 파악한 첩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충분히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대규모 감청으로 더 많은 정보를 캐내야 한다는 주장은 쟁점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재단은 또 NSA가 통화정보 수집으로 적발한 4명이 모두 한 소말리아 테러 집단에 돈을 송금하려던 이들로 사건의 성격이 미국에 대한 공격 모의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통화정보 수집은 민간인이 어떤 전화번호로 얼마나 오래 통화를 했다는 기록인 '메타 데이터'를 캐내는 행위로 통화 내용을 직접 엿듣지는 않습니다.
이 기법이 통화 행태 등 시민 사생활을 지능적으로 감시하는 개입이라는 주장과 테러 방지와 공공 안전을 위한 최소 조처라는 반론은 그동안 팽팽히 맞서왔습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자문위원회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NSA 감청이 테러 공격 차단에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없고 관련 증거도 전통적 영장 청구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었습니다.
NSA 감청은 지난해 6월 전 방산업체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실체가 드러나면서 미국 내외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이와 관련해 NSA 개혁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