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27일(현지시간) 발생한 폭탄 테러로 반 시리아 성향의 거물 정치인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리아 유혈 사태가 레바논으로 번졌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28일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베이루트 남부 신시가지에서 발생한 차량 폭발로 전 레바논 재무장관인 무함마드 샤타(61)과 그의 경호원, 운전사 등 6명이 숨졌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비판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 온 이슬람 수니파인 샤타는 이 지역에서 열릴 시리아 반대 정치인 모임에 참석하던 중 변을 당했다.
샤타는 레바논에서 대표적인 반 시리아 거물 정치인으로 꼽힌다. 1997~2000년 미국 주재 레바논 대사를 역임한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며 2008년 레바논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친서방파 인사다.
그는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비판적인 사드 하리리 전 총리의 고문을 맡기도 했다. 사드 하리리는 2005년 2월 베이루트 폭탄 테러로 숨진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의 아들이다.
사드 하리리는 샤타가 폭탄 공격으로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낸 성명에서 "이번 암살은 중도파와 자유 국민에게 보내는 테러리스트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범행을 저지른 이들은 라피크 하리리에게 테러 공격을 가한 같은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하리리는 이번 사건 배후에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있다고 의심했다. 그는 "헤즈볼라는 시리아 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에게 침묵하기를 바라고 있는 만큼 이번 암살 사건에 헤즈볼라가 연관돼 있다"고 비판했다.
샤타는 숨지기 약 1시간 전 자신의 트위터에 "헤즈볼라가 국가 안보와 외교 분야에서 비슷한 권력을 부여받으려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이번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레바논이 3년 가까이 지속한 시리아 유혈사태에 개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시리아 난민 수십만명이 내전을 피해 국경을 넘어 레바논 영토로 들어왔고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둘러싼 레바논 내 갈등은 이슬람 수니파-시아파 종파 분쟁으로 번졌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헤즈볼라는 시아파 분파 알라위트파가 권력을 잡은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반면 이슬람 수니파 국가와 수니파 과격 무장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된 민병대 조직은 시리아 반군을 지원한다.
헤즈볼라는 올해 중순부터 시리아 사태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고 시리아 영토 내에서 반군과 교전을 벌이기도 했다.
(카이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