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성택 처형 이후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26일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전격 참배하면서 동북아에서의 한·미·일 3각 협력도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사 문제와 안보 등 그외 사안은 분리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기는 하지만,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할 때 일본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특히 우리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물밑 노력을 기울이는 시점에 일본이 7년 만의 현직 총리 야스쿠니 신사 참배라는 '대형 도발'을 했다는 점에서 당분간 안보 분야에서의 한일 대화도 얼어붙을 가능성이 큰 상태다.
정부 내에서는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하던 일본이 사실상 뒤통수를 때린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일본은 아베 총리의 참배 계획을 이날 발표하기 직전에야 우리 측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로 조만간 열릴 예정이던 한일 차관급 전략대화와 국장급 안보정책협의회 성사는 무산될 전망이다.
이 두 일정은 양국이 개최에 합의해 사실상 택일만 남긴 상황이지만, 대화 여건이 다시 조성될 때까지 순연될 개연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한미일 3각 협력 복원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일왕 발언, 올 상반기 일본 아베 내각의 과거사·역사인식 도발 등이 계속되면서 비정상적인 한일관계가 계속됐고 그동안 한미일 3각 협력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의 입장과는 무관하게 일본 스스로 협력의 토대를 깎는 일을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과거사 도발로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게 된 이 상황에서 미국이 앞으로 취할 태도도 3각 협력 문제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만약 미국이 일본에 도발 자제와 적극적인 상황 수습을 요청할 경우 한일 관계 개선 움직임이 되살아나고 3각 협력도 복원의 길로 다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실제 미국은 주일 미국대사관의 성명을 통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실망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일본의 대형 도발에도 불구, 미국이 여전히 우리 측에만 관계 개선을 요구할 경우 한미관계도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미일동맹을 중국 견제의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구에 대한 미국의 공식 지지를 놓고 국내에서 적지 않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 미일 동맹의 필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거사 문제는 한일간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