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면서, 영어도 배우고, 여행도 할 수 있다"
워킹 홀리데이를 설명하는 이 말을 들으면 누구나 혹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은 돈을 주고도 영어 배우기가 쉽지가 않은데, 돈을 받으면서 영어를 배울 수 있다면 한 번쯤 누구나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는 불가능한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최근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에 머물다가 귀국을 불과 한 달 앞뒀던 20대 한국인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특히, 귀국을 앞두고 호주에서 번 돈을 환전하러 갔다가 변을 당해서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그런데 20대 남성이 숨진 곳은 호주 브리즈번으로, 불과 한 달 전에는 20대 한국인 여성이 새벽에 일하러 나가다가 무참히 살해되기도 한 곳입니다. 숨진 여성도 워킹 홀리데이 참가자였습니다.
◈독려할 땐 언제고…손 놓은 외교부
워킹 홀리데이는 만 18~30세까지의 청년에게 해외에서 일을 하면서 여행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해 주는 것으로 우리 외교부가 다른 국가와 협정을 체결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17개국과 협정을 체결했고, 실제로 인적교류는 15개국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재작년 청년 실업 해소 방법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선정했습니다. 사회적 걱정으로 떠 오른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청년의 해외진출이라는 궁여지책으로 받아 들여졌습니다.
문제는 이런 워킹 홀리데이를 얼마나 잘 관리했냐는 겁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은 우리 국민은 4만 8천 명이 넘습니다. 의례 이를 전담하는 부서나 사람이 있을 듯하지만,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외교부에는 담당자가 사실상 없습니다. 정보 센터를 외부 입찰을 통해서 운영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불과 한 달 전 사고가 났던, 그리고 가장 많은 워킹 홀리데이 참가자 이른바 워홀러가 몰리는 호주에는 담당자가 있을까요? 그리고 실태 파악은 얼마나 되어 있을까요? 역시 질문을 하기가 부끄러운 실정입니다.
◈준비 없이 떠나고 보자…사고 부른다
하지만, 워홀러의 안전 문제를 정부에게만 묻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떠나고 보자는 식의 워홀러들이 어쩌면 스스로를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취재를 하면서, 그리고 지금까지 만난 많은 워킹 홀리데이 희망자들은 외국으로 나가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일 겁니다. 외국어를 쓰는 곳에 가면 저절로 외국어 실력이 는다는 것. 그리고 외국에 나가면 국내에서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것.
외국어 중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영어가 대세이다 보니 한국인 워홀러들이 가장 많이 몰라는 국가가 영어권 국가인 호주입니다. 인원 제한도 없다보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일하면서 영어를 배운다?…영어 못하면 일도 못 한다
그러나 많은 한국인 워홀러들은 기대는 전제부터가 잘못됐습니다. 많은 한국인 워홀러들은 일하면서 영어를 배우겠다고 마음먹지만, 실상은 영어를 하지 못하면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호주를 생각하면서 생각하는 장점들을 다른 국가 젊은이들도 같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호주에는 영국 등에서도 많은 청년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호주 고용주 입장에서는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 두고, 일하면서 영어를 배우길 바라는 영어 못 하는 사람을 뽑을 이유가 없습니다.
때문에 영어를 못 하는 사람들이 겨우 찾을 수 있는 일자리는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농장일이나 청소, 육류 가공업 등 주로 육체적인 노동을 요하는 일들입니다. 이런 일을 하면서라도 영어가 늘면 다행이지만, 일하는 동안 말 할 일이 없고, 육체적으로 힘들어 마치면 쉬기 바쁘니 영어 실력이 향상된다는 것은 사실상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문제는 이런 직업들이 그 직업 자체의 특성 때문에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청소라는 작업은 주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은 시간이 이뤄지고, 농장일도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에서 이뤄지다보니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불행한 일이지만, 한 달여 전 살해된 20대 여성의 경우도 새벽에 청소 일을 하러가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청소일이라는 것을 폄하할 생각도 없고, 어떤 이유로 해당 여성이 그 일을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시간대에 하는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했다면 끔찍한 사건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막연한 성공 기대 실패 부른다
상황이 이러한데 간혹 들리는 워킹 홀리데이 성공 사례 때문에 워킹 홀리데이 참여를 꿈꾸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성공 사례 뒤에는 수많은 실패 사례가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성공 사례가 알려지는 것은 그것이 그만큼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신이 그 성공 사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대게 어학연수를 가기 전에 국내에서 영어 공부를 충실히 합니다. 어학연수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지요. 몇일의 여행을 가기 전에도 관련 책을 사 보면서 준비를 합니다. 하물며,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더 준비를 해야 할까요? 다시 물을 필요가 없는 질문이지만, 워홀러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생각해봐야하는 부분입니다.
덧붙여 자신이 가고자 하는 국가의 문화에 대한 학습도 필요합니다. 호주에서 오래 살다가 온 사람들은 호주의 치안 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입을 모아서 이야기합니다. 집 문을 잠그고 생활한 적이 없지만, 한번도 문제가 생긴 적이 없다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덧붙이는 말은 밤에는 절대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저녁 7시면 상점이 문을 닫는, 하루가 굉장히 빨리 종료되는 호주의 특성을 이해해야한다는 것 지요. 그러나 이런 특성을 이해하고 호주로 나가는 워홀러들이 얼마나 될 지는 부정적입니다.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는 단순한 진리를 워홀러를 꿈꾸는 분들은 한 번 쯤, 아니 두, 세번쯤 곱씹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준비가 없다면 '워킹 홀리데이'는 '워킹 호러데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아이월드 유학원의 채은주 과장님, 워킹홀리데이 인포센터 봉장종 과장님에게 워홀러들의 실태와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등에 대해 많은 조언을 구했습니다. 워킹 홀리데이를 생각하시는 분들은 워킹 홀리데이 인포센터(www.whic.kr)을 방문해 보시면 많은 정보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