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 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9일 밤 기관고장으로 표류하던 어선 선원을 구조하던 해경 고속단정(보트)이 뒤집혀 선원 1명이 숨지고 해경 대원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일각에서는 악천후 속에 무리하게 예인을 시도하기보다 선원 구조를 먼저 했다면 인명피해는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선원 구조해 함정에 옮겨태우다 사고 제주항으로 대피하던 한림 선적 어선 A(9.7t)호가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고 있다고 신고한 것은 9일 오후 3시 10분께.
어업정보통신국을 통해 20여분 뒤 신고를 받은 제주해양경찰서는 300t급 경비함정(302함)을 급파해 조난어선을 예인하려 했다.
그러나 예인줄이 302함 추진기 한쪽에 걸리며 어려운 상황이 됐고, 해경은 오후 5시 17분께 3천t급 함정(3002함)을 다시 보내야 했다.
오후 6시께 사고 해역에 도착한 3002함은 1호 단정으로 예인줄 연결을 시도했으나 단정의 엔진이 고장 나고 오후 8시께에는 A호를 고정시킨 닻도 끊겨 배가 암초가 많은 해안가 쪽으로 표류하기 시작했다.
해경은 예인이 어렵다고 판단, 첫 신고가 이뤄진 지 6시간이 지난 오후 8시 10분께부터 배에 타고 있던 선원 5명을 2호 단정으로 구조하려 했으나 선장 등 선원들은 배에서 내리길 거부하다 오후 10시 20분께야 단정에 탄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이어 단정이 함정에 접근하자 크레인으로 단정을 끌어올리기 전 일단 홋줄로 함정과 단정을 연결했다.
하지만 오후 10시 55분께 갑자기 솟구치는 파도 때문에 단정이 함정에 부딪힌 뒤 뒤집혀 단정에 타고 있던 10명중 선원 1명이 숨지고 해경대원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 "선원 구조 더 빨리 이뤄졌다면" 해경 함정이 처음 A호 근처에 다다른 것은 9일 오후 4시 30분께였으며 사고가 난 것은 이보다 6시간 30분가량이 지난 후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밤이 깊어지며 바람과 파도가 점차 거칠어질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때 악천후 속에 배를 예인하려고 수차례 시도할 것이 아니라 선원부터 구조를 했다면 인명피해 사고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제기된다.
당시 현장을 지켜본 조천읍의 한 주민도 "처음에 구조함(302함)이 도착했다가 문제가 생겨 철수를 했는데, 그때 예인을 못해 일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처음에 302함을 보낼 것이 아니라 3천t급 함정을 바로 보냈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에 대해 제주해경 심진보 경비구난과장은 "선원들부터 대피했다가 기상이 좋아지면 배를 구조해주겠다고 수차례 얘기했지만 선장이 절대 내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며 "그분들이 우리 말만 잘 따랐다면 구조를 빨리 시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과장은 "선장이나 선사 측에서 원하지 않는데 선원을 내리게 했다 문제가 생기면 해경이 송사에 휩싸일 수도 있으며, 3천t급 함정은 출항하는 데 시간이 걸려 바로 출발할 수 있는 302함을 먼저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A호 선장 장모(55)씨는 "파도가 엄청 세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에 사람이 탄 고속단정을 끄집어 올리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단정 사고의 책임을 해경쪽으로 돌렸다.
한편 내년 2월 14일부터는 해양경비법 개정안이 시행돼 해양사고 위험에 노출된 선박이 해양경찰의 피난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된다.
◇ 제주 해경보트 1년만에 또 사망사고 이번 단정 사고는 지난해 10월 제주해경 단정이 전복되며 5명의 인명피해가 난 사고와 유사점이 있다.
단정 크기와 형태 등은 약간 다르지만 악천후 속에 배를 구하려다 긴박한 상황에 다다라서야 선원을 구조하려다 사고가 났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작년에도 사고 당일 오전 7시 15분께 화물선이 침수되고 있다고 신고가 접수되자 해경이 배수작업에 나섰으나 5시간여 후인 정오께 배가 침몰하기 시작하자 이때부터 고속 단정을 이용해 선원 구조가 시작됐다.
뒤늦게 구조하려다 보니 보통 10∼11명 안팎의 인원이 타는 단정에 17명이 타 정원 초과됐으며, 높은 너울에 단정이 이동하다가 뒤집히며 안에 갇힌 선원 5명이 숨졌다.
해경은 지난해 사고는 사후 조사 결과 단정 자체의 문제도 있었지만 이번 사고는 기상 상황 탓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고가 난 고속단정은 길이 6.5m, 폭 2.5m 크기에 최대 속력 40노트, 300마력이다.
적정 인원은 10∼12명가량이다.
(제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