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정권이 알권리 침해 논란 속에 추진해온 특정비밀보호법안이 중의원에 이어 6일 참의원까지 통과, 최종 성립됨에 따라 일본 사회가 술렁거리고 있다.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은 `알권리 침해' 논란 속에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더 높게 나타나고, 다수 언론이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법안을 중·참 양원에서의 수적 우위를 앞세워 강행처리했다.
일부에서는 7월 참의원 선거를 통해 양원 `여대야소' 구도를 만든 아베 정권이 보수 현안에서 수를 앞세운 독주를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 놓고 있다.
교도통신은 "정권출범 1년을 눈앞에 두고 국가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아베 노선'에 매진한다는 의사 표시"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 특정비밀보호법 무엇이 문제?
특정비밀보호법 조문에 따르면 각 행정기관은 누설 시 국가안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방위·외교와 관련된 정보나 테러 및 특정 유해 활동(스파이 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한 정보 등을 '특정비밀'로 지정할 수 있다.
특정비밀은 최장 60년간 알권리에서 벗어나는 '성역'에 남아 있을 수 있다. 군에서 쓰는 암호 등 7가지 종류의 특정비밀은 영원히 비밀해제되지 않을 수 있다.
이 법은 또 특정비밀로 지정된 정보를 유출한 공무원에 대해 최장 징역 10년형, 비밀 유출을 교사한 사람도 5년 이하의 징역형에 각각 처할 수 있는 규정을 담고 있다.
현재 국가공무원법상 기밀유지 의무 위반에 최고 징역 1년, 자위대법상 군사기밀 누설에 최고 징역 5년으로 각각 규정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처벌수위를 대폭 올리는 셈이다. 이론적으로는 공무원으로부터 '특정기밀'을 획득한 언론인이 처벌받을 수 있는 여지를 열어뒀다.
이 법에 대한 반대론의 핵심은 정부가 특정비밀 지정 권한을 활용, 숨기고 싶은 정보들은 자의적으로 숨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공무원 사회의 '내부 고발'을 막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같은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 공무원들은 '특정비밀' 누설 우려 때문에 언론과 접촉하기가 어려워지고, 언론도 자체 검열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언론의 취재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런 우려를 감안한 견제장치도 없지는 않다. 국민의 알 권리 및 언론의 자유 보장이 법에 명기돼 있으며 비밀지정 상황을 감시할 제3자 기관의 설립을 검토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제3자 기관의 설립은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실질적인 감시기구가 설치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만만치 않다.
아베 정권은 지난 4일 출범한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 설치 법안과 특정비밀보호법안을 한 묶음으로 추진해왔다.
중국의 힘 과시로 엄중해진 동북아 안보 상황에서 일본 NSC가 미국, 영국 등의 NSC와 신뢰관계 속에 정보를 주고받으려면 비밀에 대한 확실한 '잠금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베 정권의 논리였다.
그러나 비밀지정과 관련한 남용우려를 포함한 법안의 숱한 결함 때문에 이 법에 대한 여론은 반대가 찬성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특정비밀보호법안에 대한 찬·반은 25%대 50%로 나왔고 이 법안을 지난달 26일 중의원에서 강행처리한 데 대해서는 61%가 '문제 있다'고 답했고, '문제가 안 된다'는 답은 24%에 그쳤다.
여러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는 물론 영화감독·배우 등 영화계 인사 269명, 일본변호사연합회,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저명 학자 등 각계에서 반대 목소리가 이어졌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이번에 마련된 법안 내용은 문제가 심각하다"며 "비밀 규정을 정부가 자의적으로 할 수 있게 돼 있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공개한다는 원칙도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아베 `힘의 정치' 시작 신호탄
민생 법안이나 예산안 등과 달리 시급성이 커 보이지 않는 법안을 강행 처리한데 대해 아베 정권의 `질주본색'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법안만 무리하게 처리한 것이 아니다. 자민·공명 양당은 국가전략특구 창설 법안과 독점금지법 개정안 심의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이유로 민주당 출신 참의원 상임위 위원장 2명의 해임 결의안을 처리하고 두 자리에 자민당 의원을 선임했다.
기미야 교수는 "아베 정권이 국회 양원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데다 야당 중에서도 다함께당과 일본유신회 등이 정권에 비교적 우호적이고, 국민들의 지지도 받는 현 상황이 (민감한 법안 등을 강행 처리할)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아사바 유키 야마구치 현립대 교수는 "7월 참의원 선거 이후 양원 여대야소 체제를 만든 아베 정권이 일본 정치의 구조적인 변화를 이끄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전 조정이라는 뜻의 '네마와시' 문화가 강한 일본 정치판에서 `결정하는 정치'를 명분삼아 앞으로도 논란있는 법안들을 강행처리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는 분석이다.
이런 분석대로라면 집단 자위권, 더 나아가 평화헌법 개정 등 일본 전후체제의 틀을 바꾸는 안보 법제 정비도 힘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특정비밀보호법안의 강행 처리는 아베 정권에게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길 `독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아사히 신문의 최근 여론조사(11월30일∼12월1일)에서 아베 내각 지지도가 49%를 기록하며 지난해 12월 출범 이후 처음 50% 미만으로 떨어진데는 특정비밀보호법안의 중의원 강행처리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