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통령 선거에 누가 후보로 나설까.
최근 문화일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반기문, 안철수, 문재인, 박원순, 김문수, 정몽준, 김무성, 손학규, 김황식 등이 후보로 거론됐다. 노무현 정부 때 외교부 장관을 지냈으나 여권에서 영입해도 그리 이상하지 않은 반기문 총장을 제쳐놓으면 여권 후보로 김문수, 정몽준, 김무성, 김황식, 야권 후보로 안철수, 문재인, 박원순, 손학규를 꼽은 것이다.
야권 후보 중 독일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된 손학규 민주당 고문은 요즘 강연을 다니고 있고 안철수, 문재인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으로 의정 활동 중,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정 활동 중이다. 이들 중 누구도 차기 대선에 출마하겠다거나 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고 그런 질문도 잘 받지 않는 것 같은데 유독 그런 질문이 집중되는 이가 박원순 시장이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유력 후보라는 반증 같다.
그동안 "서울시장에 집중하겠다" "재선이 먼저다"라면서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말하지 않아 '여지'를 보였던 박 시장이 이번엔 작심하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차기 대선에 나갈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그것도 같은 자리에서 세번이나… 11월 7일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첫번째는 토론 시작에서다. 본격 토론은 박 시장의 기조연설 이후 시작됐는데 사회자는 유력 대선주자이기 때문에 박 시장을 초청했다면서 첫 질문을 던졌다.
"저는 아직 뭐… 대선후보가 아닙니다. 서울시장에 전념하는 게 온당하다 생각합니다."
박 시장은 대선 후보로 불리는 것 자체를 부인했다. 이어 토론 초반, 패널 한 명은 박 시장에게 "정치적으로 어떤 비전을 제시하거나 리더십을 가졌는지 어떤 정치적 동지가 있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는데도 계속 유력 대선 후보로 지목되고 있는 게 적절한 상황이라고 보나?"라고 질문을 던졌다.
"서울시장의 위상 때문에 그렇게 여겨지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서울시장도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직책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바람 넣는 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갈 생각이 없다, 저희가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우선.. 재선도 맘대로 되는 일인가요."
서울시장 재선과 관련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다 세번째로 이렇게 문답이 오갔다.
("만약 재선이 돼서 시장직을 2,3년 더 하다가 시민들 의견이 대통령을 해야 한다, 이렇게 의견이 강해지면 마음을 바꾸시겠습니까?")
"세번째로 묻는데 똑같은 답변을 하겠습니다."
마지막에 토론을 정리하며 사회자는, 차기 대선 출마가 아니라 차차기 대선 출마에 대해 물었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면 그 다음다음 대통령 선거 출마 계획은 어떤가요?")
"거기까지도 요구를 하시는군요.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웃음)
("답변에 여지가 있는 걸로 해석하고 마치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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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이 이렇게까지 말했지만, 아무도 그 말을 온전한 진심이라고 받아들이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사실 꼬투리를 잡자면 박 시장은 '아직' 대선 후보가 아니라고 말했고, '우선 재선도…'라고 말하긴 했다.
차기 대선은 2017년, 아직 4년이나 남았는데 그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박 시장을 포함해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시기상으로는, 박 시장이 내년에 서울시장에 재선된다면 2014년부터 2~3년 정도 임기를 소화한 뒤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한편으론 어느 패널의 말처럼 그동안 서울시장 자리를 거쳐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된 건 이명박 전 대통령뿐인데 마치 서울시장이 되면 대통령 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도 이상하긴 하다.(윤보선, 허정은 내각제나 과도정부 수반이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서울시를 제대로 가꾸면, 정말 우리가 어떤 면에서는 부러워하는 뉴욕이나 런던, 파리 못지 않은 경쟁력 높은, 시민의 행복을 보장하는 도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도시 시장은 2번 3번 하면서 10년 이상 도시를 가꿔와서 우리가 부러워하는 걸 보는데, 왜 서울시장이 되면 그 자체로 온전하게 몰두하고 한 도시를 정말 세계적으로 최고 도시로 만드는 데 전념하지 못하나요. 저는 처음부터 말했고 첫 마음에 변함 없습니다."
달라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진행될 수는 있더라도, 박 시장의 저 말은 온전한 진심이길 바란다. 다음 대선까지는 4년이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