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60년 만에 '수염' 유행…전문 이발소도 성업 기사 보기
패션의 나라, 프랑스의 최신 유행 하나를 소개합니다. 수염입니다. 제가 9월말에 이미 방송 리포트를 한 적이 있는데, 최근 프랑스 잡지에 수염 관련 기사가 다양한 사진과 함께 실렸더군요. 수염이 유행한다고 해서 길거리에서 모든 프랑스 남자들이 수염을 기르고 있을 거라는 상상은 하지 마세요. 관련 통계가 없으니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대략 성인 남자 가운데 30%는 기르는 것 같습니다. 취재 중에 지하철과 길거리에서 일정 시간 동안 제가 세 본 결과입니다. 수염 때문에 면도기 판매가 지난해보다 10% 줄었다는 보도도 있었으니 유행은 분명합니다.
프랑스에서 요즘 유행하는 수염은 ‘3주짜리’ 수염입니다. ‘3주짜리’라는 의미는 수염을 깎지 않고 3주를 길렀다는 겁니다. 이 정도면 꽤나 덥수룩하겠죠. 이런 수염은 2~3년 전부터 마니아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상당히 대중화됐습니다. 프랑스에서는 1950년대 등장한 이른바 ‘비트족’이 기성세대와 달리 겉모습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저항의 표시로 수염을 길렀습니다. 그러다, 1990년대 ‘3일짜리’ 수염이 잠시 유행했다가 한동안 자취를 감췄습니다. 지금은 ‘3일짜리’를 밀어내고 ‘3주짜리’가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비트족부터 시작하면 60여년 만에 찾아온 유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수염의 특징은 덥수룩하면서도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3주 이상 기르면 산타 할아버지처럼 되기 십상인데, 수염이 크면서도 길이를 정기적으로 맞춰 모양을 내고 있다는 겁니다. 수염을 잘 관리하다보니 직장인들도 수염 기르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이지만 프랑스에서도 수염하면 예술가나 비주류 인사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는데, 이제는 잘 관리한 덕분에 평범한(?)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수염을 기르고 있습니다. 프랑스 방송뉴스를 보면 수염을 기른 정치인, 변호사, 의사 등이 자주 등장하더군요.
하지만, 혼자 직접 수염을 손질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수염 전문 이발소가 성업 중입니다. 제가 취재차 찾아간 이발소에는 손님으로 만원을 이뤘습니다. 프랑스 이발소는 대개 예약제인데, 손님이 나가면 그 자리에 바로 새 손님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예약이 계속 밀려 있다는 겁니다. 기본 면도가 20유로 이내, 모양 만들기는 30유로 이내, 부분 제모는 10유로 이하, 염색, 드라이, 수염 화장도 가능합니다. 가격이나 종류 면에서 머리 손질과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사실 수염은 ‘남성성’의 상징입니다. 기능적으로 보면 성숙해 보일 수 있고, 흉터나 여드름을 가릴 수 있고, 탈모가 있을 경우 수염으로 시선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기능적 측면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 수염 유행 현상은 작은 것 하나라도 남과 다르게 보이고 싶은 욕구가 지배하고 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꼭 비싼 옷이 아니라 옷을 잘 골라 입어서 나만의 멋을 내겠다는 겁니다. 60여년 전 비트족이 수염을 통해 저항정신을 보여줬다면, 지금은 창의성이나 독립성, 지적 이미지, 진보적 성향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 가운데 하나로 수염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