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월1일)부터 상하이 자유무역지대가 공식적으로 출범합니다. 기존의 4개 보세구역을 합쳐 28.78제곱킬로미터, 상하이 총면적의 4%에 해당하는 그리 크지 않은 지역입니다. 현재 중국에는 경제특구, 신구, 개방구 등 각종 명목의 특수 경제지구가 2천 개 조금 넘게 존재합니다. 그러니 상하이 자유무역지대도 그런 2천여 개에 하나 더 생기나보다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물론, 세계가 이번 상하이 자유무역지대의 출범을 중국 경제의 제2 개혁·개방이라 부르며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1978년 공산주의 폐쇄경제의 빗장을 풀어 중국 역사는 물론 세계사에 큰 변화를 불러온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과 동급에 올려놓는 것입니다. 왜일까요? 그저 호들갑일까요?
중국 정부는 상하이 자유무역지대에서 우선 금융제도를 비롯한 각종 경제 운영체제의 개혁을 실험해볼 뜻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외환 관리 제도를 들 수 있습니다. 아직 명확한 세부지침이 나오지 않았지만 상하이 자유무역구에서 외환 거래를 단계적으로 자유화할 방침입니다. 쉽게 말해 해외에서 돈을 들여오고, 또 보내는 것이 자유롭게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중국에 들여온 달러를 위안화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요구되는 여러가지 서류를 준비하더라도 인출 수수료가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입니다. 해외로 큰 뭉치의 돈을 보내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조금 과장하면 아예 못하게 막아놓은 셈입니다. 이를 풀어주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조치는 단순히 외환 거래를 더 편하게 해주는 수준의 문제가 아닙니다. 환율 결정을 비롯한 외환 관리 체제, 또 예금과 대출 이자율의 결정 방식, 투자 유치를 비롯한 외자 기업의 감독 체계 등이 연쇄적으로 바뀔 수 밖에 없습니다. 금융제도의 대변혁을 예고합니다.
또 상하이 자유무역지대에서 금융, 보험, 물류, 의료 등 각종 서비스업의 문턱을 대폭 낮추기로 한 점도 눈여겨 봐야 합니다. 그동안 중국이 해외로부터 유치한 기업과 자본은 거의 대부분 제조업 분야였습니다. 선진 기술과 운영 체계를 받아들여 재화를 생산하는 산업을 키우는데 주력해왔습니다. 상대적으로 서비스업체의 중국내 진출은 각종 제약 때문에 매우 어렵고 혹 들어와도 성공하기가 대단히 힘듭니다. 특히 금융업 분야에서는 해외 기업에는 거의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상하이 자유무역구에서는 이런 장애물을 치워주기로 했습니다.
그래봐야 서울의 관악구보다 조금 작은 작은 지역에서의 제한적 허용일 뿐이라고요? 1978년 개혁·개방도 첫 시작은 다음해인 79년 선전 경제특구를 조성하는데서 비롯됐습니다. 이후 거의 20년에 걸쳐 특구에서 얻은 경험과 성과를 또다른 지역으로 이식하고 전파하면서 지금의 중국 경제를 건설했습니다. 상하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 진행되는 실험은 중국 경제의 대변혁을 위한 전주곡입니다. 성공적으로 시행될 경우 이런 개혁 조치가 앞서 말한 2천여 개의 각종 특구로 퍼져나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그럼 중국은 왜 이런 제2의 개혁·개방에 나섰을까요? 무엇을 노리고 있는 걸까요? 세분화 하면 수십, 수백 가지 항목을 나열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 보입니다.
먼저 금융 개혁입니다. 아시다시피 시장 경제에서 돈은 혈액이고 금융 체제는 혈관과 같은 존재입니다. 경제가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돈이 원활하게 돌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야 합니다. 따라서 금융은 돈이라는 자원을 필요한 시점에, 꼭 필요한 곳에 공급하기 위해 투자의 필요성, 경제성을 알아보는 선구안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중국 경제의 현상태는 기형적입니다. 실물 분야는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세계 수준으로의 도약을 노리기에 이르렀지만 금융은 이에 비해 크게 낙후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중국 경제는 금융의 역할이 그리 강조될 필요가 없었습니다. 선진국의 발전 사례를 모방해서 꼭 필요한 기간 산업, 또 경제성이 높은 제조 산업, 대규모 플랜트 산업, 수출 산업에 투자하면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은 시중의 예금을 받고 모아서 해당되는 기업에 가져다주면 끝입니다. 다시 말해 자원 배분 삼사의 기능을 그리 요구 받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금융의 낙후성이 발목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자금의 배분이 몇몇 국가 정책 입안자와 은행 간부에 의해 결정되다보니 부패와 비리가 끼여들 여지가 커졌고 실제 이런 일들이 숱하게 일어났습니다. 아울러 중국이 첨단 산업, 즉 그냥 베끼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창조해내는 분야에도 진출하다보니 사업 타당성을 스스로 검증할 수 있는 역량이 절실히 필요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중국 금융이 이런 학습을 해놓지도 않았고, 따라서 능력도 없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금융에 시장 원리를 더 많이 도입하고 자율적 역량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판단입니다.
다른 하나는 중국 산업 구조의 고도화 시도입니다. 다시말해 고부가 서비스 산업으로의 도약 가능성을 이번 실험에서 모색하려는 것입니다.
중국은 지금까지 제조업 위주의 성장과 경제 발전을 이룩해왔지만 이제 그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환경 파괴입니다. 베이징 스모그로 대표되는 환경 오염은 이제 더 이상 모른 척 넘어갈 수 없는 발등의 불입니다. 아울러 인건비와 지가의 상승, 복지 요구 확대 등으로 인해 후발 개발도상국들과의 경쟁에서도 점점 어려운 지경에 몰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서비스업, 좀 더 고도화된 산업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해졌습니다. 현재 중국의 서비스업 비중은 지난 2011년 현재 44.6%로 제조업 45.3%에 근접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요식업, 도소매업 등의 저부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상하이 자유무역지대에서 외국 회사나 자본의 서비스업 투자와 진출을 용이하게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조업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외국 서비스 업체를 보고 배워서 고부가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두가지는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위기에 처한 중국에게 지속 발전 가능 여부가 걸린 절대절명의 과제입니다. 중국이 이런 난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 세계의 하청 공장이라는 현 위치에 머물면서 중진국에서 정체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단순히 경제 발전의 부진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소득 양극화에 대한 불만이나 커지는 민주적 절차와 인권에 대한 요구 등과 맞물려 폭발적인 사회 불안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이런 야심찬 실험이 성공을 거둘 가능성은 클까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치명적인 걸림돌들이 적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우선 첫단추인 외환 거래의 자유화부터 간단치 않은 과제입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IMF 사태로 경험해봤죠. 외환 시장을 풀어줄 경우 금융 경제대국들이 앞선 금융기술과 각종 핫머니 게임을 동원해 중국 금융시장에서 분탕질을 칠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금융 시장의 개방 역시 국가 경제 운용의 핵심 도구인 금융에서 해외에 주도권을 내줄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갈수록 덩치가 커지면서 다루기 점점 힘들어지는 경제 분야에서 고삐를 죄는 가장 확실하고 효율적인 무기인 금융을 중국 정부가 잃을 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금융을 어느 정도까지 풀어줘도 경제에 대한 통제가 가능한지, 민간의 활력을 끌어들이면서 국가 관리의 묘를 살릴 수 있는 황금률이 어느 선인지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서비스업의 개방도 만만치 않은 작업입니다. 제조업의 도입은 눈에 보이는 뭔가가 남습니다. 공장이 남고, 가져온 기술이 남고, 경영 기법이 남습니다. 그런데 서비스업은 이른바 '암묵지'의 영역이 훨씬 큽니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글로벌화'를 외치며 자본 시장의 문호를 연 뒤 IMF의 혹독한 시련을 겪고 극복하면서도 20년이 넘도록 세계적인 금융사와 보험사, 의료와 법률 법인 등의 고부가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쉽지 않은 분야입니다. 잘못 하다가는 세계적 서비스 기업들의 '봉' 역할만 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은 현 경제 체제에서 막대한 부와 세력을 구축해온 기득권층, 즉 고위 간부와 국유기업, 금융기업 간부들의 커넥션을 여하히 깨고 새로운 경제 운용 원리를 도입할 수 있겠냐는 점입니다. 이번 상하이 자유무역지대의 추진 과정에서 중국 국무원의 반대가 작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리커창 총리가 앞장 서서 밀어붙였는데도 자신의 직속 수하인 행정 관료들의 반발을 겪어야 했다는 점은 기득권층의 반감을 대변합니다. 앞으로 이들은 상하이에서 불거지는 각종 부작용, 문제점들을 더욱 크게 부풀리고 과장하면서 개혁·개방 조치의 확대에 끊임없이 딴지를 걸 것이라는게 명약관화합니다.
한 중국 경제 전문가에게 이번 상하이 자유무역구 실험의 성공 가능성을 물었습니다. "아마 성공할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 성공하지 못한다면 모든 전망이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1978년 중국이 공산주의 경제 체제에서 빗장을 풀고 시장 경제를 받아들인 것은 세계에서 첫 사례였습니다. 또 사회주의 경제를 표방하면서도 자본주의 경제 원리를 접합해 이만큼 성공한 것 역시 세계 유일한 사례입니다. 중국은 아무도 가지 못한 길을 걸어 이만큼 왔습니다. 그런 저력을 바탕으로 이번 실험도 성공시키지 않을까 믿습니다."
이제 중국 경제의 발전 없이는 우리 경제의 발전을 담보할 수 없는 처지에서 이번 중국의 실험이 성공하기를 기원하고 또 잘 활용해야 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