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의 이른바 '혼외자' 논란이 점입가경 양상입니다. 법무부는 감찰에 착수했고 채총장은 이를 보도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준비중입니다. 추석 연휴 밥상에도 채총장 '혼외자' 논란은 단연 으뜸 화제였습니다. 물론 '혼외자'의 진실 여부는 채총장과 임모 여인, 그리고 미국에 있는 임모 여인의 아들 3명이 유전자 검사를 받으면 끝납니다. 하지만 임모 여인과 그 아들이 유전자 검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아 자칫 영원히 미궁속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 문서상으로 진실을 가릴 방법은 없을까요?
그래서 추석 연휴 기간에 행정적 절차를 잘 아는 분에게 한번 물어봤습니다. 그 분의 답변은 "가족관계등록부(구 호적등본)와 출생신고서 2개가 미스터리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이(唯二)한 문서"라는 것입니다. 먼저 임모 여인이 언론사에 보낸 편지 내용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논리를 전개하면 이렇습니다. 2002년 임모 여인은 부산에서 아들을 낳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녀를 출생하면 해당 구청이나 주민센터를 찾아가 한달안에 출생신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임모 여인은 자신의 이름으로 출생 신고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출생신고서에 있는 아버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하는 란을 비워둔( 것입니다. (생부 공란 처리) 이렇게 되면 그 아들의 성은 어머니를 따라 '임씨'가 됩니다. 그러다가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적부에 채동욱 검찰총장의 이름을 아버지로 등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임씨가 단순히 학적부에 이름만 그렇게 기입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아들의 성을 그 당시에 '임씨'에서 '채씨'로 변경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법률적으로 '채씨'로 변경했다면 생부의 '인지신고'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인지신고'가 되면 아버지의 가족관계등록부에 '혼외자'로 등재됩니다.
이런 절차가 없었다면 아들은 '채씨'가 아니라 법률적으로 현재 '임씨'입니다. 11세인 아들의 주민등록번호만 알면 법률적으로 '임씨'인지 '채씨'인지 바로 가려집니다. 이 점을 감추기 위해 임모 여인이 편지에서 생부가 채총장이 아닌 '다른 채씨'라고 밝힌지도 모릅니다. 만약 임모 여인이 아들의 출생신고를 할 때 아버지 성명을 기입하는 란에 채총장의 이름을 적었다면 채총장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됩니다. 출생신고서는 27년간 보관하기 때문에 임모 여인이 부산에서 출생신고를 했다면 그 서류가 현재 부산가정법원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번째 열쇠는 가족관계등록부입니다. 먼저 채동욱 총장의 이름으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으면 채총장의 부모와 자녀 이름이 나옵니다. 만약 임모 여인의 아들이 채총장의 '혼외자'로 등재됐다면 증명서에 '혼외자' 이름도 나옵니다. 그런데 증명서를 발급받을 때 '전부 증명'을 선택하면 '혼외자'가 나오지만 '일부 증명'을 선택하면 혼외자'는 문서에 보이지 않습니다. 임모 여인의 아들 이름으로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면 부모 이름이 당연히 나올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지난 6일자 보도에서 "채총장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임모 여인 아들이 등재되지 않았고 임모 여인과 아들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모자가정으로 등재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임모 여인 아들 이름으로 증명서를 떼면 어머니만 이름이 나오지 아버지를 기재하는 칸은 공란으로 돼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22일자 보도에서 임모 여인 이모의 말을 빌려 "임모 여인이 아들의 성을 '임씨'로 하려다 임모 여인 어머니의 반대로 다시 '채씨'로 변경했다"고 밝혔습니다. 6일자 보도가 맞다면 임모 여인의 아들은 현재 법률적으로 '임씨'이고 22일자 보도가 맞다면 '채씨'가 맞을 것입니다. 그런데 '채씨'가 맞다면 임모 여인의 아들은 채동욱 총장 아니면 그녀가 생부로 주장하는 다른 채모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돼 있어야 합니다.
채동욱 총장이 감찰에 불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실 게임의 열쇠는 역시 임모 여인이 갖고 있습니다. 자신의 아들이 채동욱 총장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려면 일단 출생신고서와 가족관계등록부를 제출하고 누구나 납득이 가는 설명을 하면 됩니다. 언론에 공개적으로 하기 어렵다면 법무부 감찰팀을 만나 비공개로 해도 무방할 듯합니다. 문서 몇 장이면 끝나는 일입니다. 임모 여인의 아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확실히 알 권리가 있습니다. '사실 무근'을 강조하는 채동욱 총장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임모 여인이 나서야 합니다. 현재 임모 여인의 행방은 묘연하고 아들이 다녔던 강남의 한 사립초등학교는 홈페이지를 폐쇄했습니다. 임모 여인이 진실을 밝히지도 않고 유전자 검사에도 불응한다면 국민들의 의혹은 해소될 수 없고 끊임없는 논란이 되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