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물론 호랑이도 때려잡겠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지난 해 당 총서기에 선출돼 중국의 제 1인자의 자리에 오르면서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웬 파리? 웬 호랑이? 파리는 지방 관공서의 비리 공무원을, 호랑이는 중앙 정계의 거물급 부패 인사를 일컫는 비유입니다. 중국은 과거에는 철저히 파리만 잡았습니다. 논리는 이렇습니다. 호랑이가 인민에게 주는 피해는 막연하다. 규모가 크고 폐해가 심하더라도 인민에게 직접 가해지는 것은 아니다. 반면 파리는 비리 규모는 소소할 지라도 인민들이 직접 보고 들으며 느끼는 문제다. 그러니 파리를 잡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속내는 다릅니다. 호랑이를 잡으려다가는 자칫 권력투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 게다가 공산당 1당 독재의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공도동망 할 위험성도 크다. 그러니 호랑이가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관리만 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데 시 주석이 이런 관행을 깨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중국 사회는 잔뜩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진짜 행동에 나설 것인가, 아니면 집권 초 군기를 잡기 위한 엄포일 뿐인가? 호랑이 사냥을 선포한 지 1년이 다 돼가면서 시 주석의 앞서 발언은 빈말이 아님이 점차 드러나고 있습니다.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가 사법처리를 받을 때만해도 긴가민가 했습니다. 보시라이의 낙마는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수사를 한 결과라기 보다는 보시라이 진영내 핵심 심복과 아내의 돌발적 이탈에 의한 헤프닝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중국 수뇌부가 그물을 던질 생각을 미처 하기도 전에 물고기가 스스로 그물로 뛰어든 셈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벌어지는 호랑이 사냥은 중국 정부가 전례 없이 강한 의지로 밀고 나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냥감은 저우융캉이라는 거물 호랑이입니다. 사냥 다운 사냥입니다. 그럼 이번 호랑이 사냥을 설명하기 전에 저우융캉이라는 인물에 대해 먼저 알아보죠.
저우융캉은 직전 후진타오 2기 중국 수뇌부를 구성했던 정치국 상무위원 9명 가운데 한 명입니다. 거대한 중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던 거물이라는 뜻입니다. 게다가 그는 정법위 서기로 일했습니다. 중국에서 정법위 서기란 경찰과 검찰, 사법부를 총괄해 관리, 감독하는 자리입니다. 우리로 따지면 경찰청장, 검찰총장, 대법원장을 밑에 두고 일하는 사법분야의 수장이라는 뜻입니다. 국민의 생사 여탈권을 한 손에 쥐고 있었으니 얼마나 강력한 권력을 휘둘렀을지 짐작이 갑니다.
무엇보다 그는 '석유방'이라는 중국 권부내 한 파벌의 자타공인 좌장이었습니다. '석유방'이 어떤 세력인지 설명이 필요하겠죠? 석유방은 지금은 해체된 중국 국무원 석유부나 석유학원 출신 인맥으로 2000년대 급부상했습니다. 이들은 관련 업계로도 대거 진출했고 그래서 석유 업계의 고관 출신 등을 포괄하는 권력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석유방 출신들은 '국가 경제의 생명선'이자 전략 에너지인 석유 부문을 장악한 데다 국유기업 경영 경험까지 갖춘 점을 바탕으로 중국 공산당 상층부 요소요소에 진입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앞서 언급한 저우융캉 전 정법위 서기와 쩡칭훙 전 국가 부주석, 우이 전 부총리 등 직전 최고위직 인사들에다 장가오리 상무 부총리, 왕안순 베이징 시장 등 현직 고위직 인사들을 망라합니다. 그중에서도 저우융캉은 석유학원을 졸업하고 동북지방 유전 지대에서 일하다 국무원 석유부가 해체된 뒤 중국석유총공사 사장, 국무원 국토자원부장 등을 역임하며 석유 관련 분야에서만 37년을 일한 석유맨입니다.
저우를 중심으로 '석유방'은 석유라는 막대한 이권을 바탕으로 끈끈한 인맥을 형성해 정치, 경제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서로 이권을 챙겨주고, 자녀나 가족에게까지 기득권을 대물림 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석유방'이 저우융캉과 그의 가족, 관계인들에게 석유와 관련된 각종 이권을 몰아주는 방법으로 저우 일가의 막대한 재산 축적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석유방'은 중국의 대표적인 기득권 세력이자 부패집단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퍼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석유방'에 시진핑 정권이 칼을 들이댄 것입니다. 우선 '석유방'의 텃밭인 중국석유가스집단공사, 즉 CNPC의 비리를 파고들어갔습니다. CNPC는 중국에서 자산가치로 따질 때 최대 기업입니다. 그 기업의 최고위급 간부이자 '석유방'의 4인방으로 불려온 왕융춘 부사장, 리화린 부사장과 란신취안 부총재, 왕다오푸 원장이 지난 달 말 일제히 체포됐습니다. 중국 주요 국유기업의 최고위직 간부를 이렇게 싹쓸이 낙마시킨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리춘청 전 쓰촨성 당 부서기와 궈용샹 전 쓰촨성 부성장 등 저우융캉의 최측근이자 '석유방'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공산당 중기율검사위원회에 끌려갔습니다.
그리고 이달 초 검풍은 쟝제민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주임이자 당위원회 부서기에게까지 미쳤습니다. 장 주임은 직전 CNPC의 사장을 역임한 장관급 인사로 저우융캉의 심복입니다. 장 주임은 기율위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나온지 이틀만에 모든 직위에서 쫓겨났습니다. 이로써 저우융캉의 모든 수족이 끊어진 셈이 됐습니다.
저우융캉 본인도 현재 연금 상태에서 당 기율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미국에 본부를 둔 중화권 매체들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저우융캉은 최근 모든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춰 설사 연금된 것이 아니더라도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저우융캉이 실제 사법처리 수순까지 갈 지는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문화혁명 이후로는 중국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사법처리를 받은 전례가 없습니다. 또 저우가 정법위 서기를 한 만큼 현 중국 정권 주요 인사들의 각종 비리에 대한 정보를 상당량 갖고 있을 가능성이 커 전면 대결을 벌이기도 버겁습니다. 다만 현재 진행된 상황만으로도 저우의 권력 바탕은 완전히 인수분해돼 식물 상태로 전락했다는 평가입니다.
이제 남은 관심은 시진핑 주석의 '호랑이 사냥'이 정적인 보시라이와 저우융캉을 제거하기 위한 한편의 쇼였냐, 아니면 나아가 중국 기득권 세력에 대한 손보기로 이어지는 시발점이었냐는 점입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CNPC의 중간급 이상 간부 1천명의 여권을 모두 압수함으로써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수사를 CNPC 비리 전면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입니다. 또다른 홍콩의 언론들은 CNPC 외에 중국의 대표적인 대형 국유기업들의 비리에 대해서도 곧 수사가 벌어질 것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보도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기득권 세력과 한판 힘겨루기에 들어가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고도성장을 거듭해온 중국의 발전 행보가 요즘 주춤거린다는 것은 기지의 사실입니다. 중국이 재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경제의 발목을 잡는 각종 비효율을 털어냄으로써 이를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합니다. 이를 가로막고 있는 세력이 바로 기득권층이라는 지적입니다. 중국의 발전을 이끌어온 관료와 국유기업 간부들이 계층화 되면서 사회적 비효율과 부조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 주석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따라서 기득권층과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합니다. 요는 시 주석이 자신의 세력 기반을 위협하면서까지 개혁에 나설 수 있겠냐는 점입니다. 전임 후진타오 주석은 이를 덮어둔 채 해결을 미뤄왔습니다. 더이상 끌고 갈 수도, 그렇다고 전면적으로 손을 보기에는 너무 위험할 수도 있는 뜨거운 감자를 넘겨 받은 시진핑 주석이 어떻게 처리해나갈까요? 시 주석이 중국 역사에 성공한 정권으로 남을지, 실패한 정권으로 기록될 지가 '호랑이 사냥'에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