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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정체성·본분 망각?…오바마 '통수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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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국방장관인줄 아는 모양이다."

10년전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부각될 때만해도 존 케리 국무장관은 미국의 대화파를 상징하는 내공있는 정치인으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그의 이미지는 시리아 사태를 거치면서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적과의 대화'를 주창하던 과거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대통령의 경호실장과 같은 딱딱하고 무거운 인상이 그를 지배하고 있다.

심지어 국가가 수행하는 두가지 행동양태인 전쟁과 외교 가운데 외교를 실무적으로 책임진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워싱턴 외교가가 나돌고 있다.

지난 1주일간 케리 장관의 행적을 들여다보면 이런 조롱 섞인 비판도 무리는 아니다.

그는 지난달 26일 국무부 브리핑룸에서 진행된 긴급 회견을 통해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미국 고위인사로는 처음으로 '군사행동'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이후 그는 미국의 주요 방송에 출연해 시리아 군사개입의 당위를 설파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미국의 자체 시간표에 근거해 시리아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해 미국의 시리아 독자공습이 임박했다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밤 전격적으로 의회의 동의를 받겠다는 수정 제안을 하면서 케리 장관은 머쓱한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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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3일부터는 미국 의회에 나와 `과거의 동료들'을 상대로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한 군사행동에 대한 의회승인을 실현시켜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그를 놓고 워싱턴포스트(WP)는 `팀 플레이어'라고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간판으로 대선까지 도전했던 관록의 정치인의 길을 걸어왔던 그의 과거를 아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색채를 잃은 채 대통령의 각료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아쉬워한다.

심지어 3일 상원 외교위 청문회장에서는 반전단체 소속 여성 활동가가 "시리아에는 전쟁이 아니라 외교가 필요하다"는 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쳤다.

1971년 베트남전 참전군인 출신으로 상원 외교위 청문회장에 군복을 입고 나와 닉슨 행정부를 향해 전쟁의 반대를 역설했던 그를 묘하게 연상시켰다.

케리 장관은 경위들에 의해 여성운동가가 끌려나가는 동안 과거 자신의 청문회장 등장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때 나도 저 활동가와 매우 비슷한 느낌을 가졌다"고 말했다.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해명했으나 어색함은 감출 수 없었다는게 주변의 관전평이다.

아울러 케리 장관이 청문회에서는 물론이고 기회있을 때마다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하지 않으면 이란이나 헤즈볼라, 북한에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도 문제가 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미국의 국무장관으로서 상대를 자극하는 발언을 한 것이 과연 '내공있는 외교'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 현지 외교소식통은 4일 "미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외교 담당 장관이라면 국제사회를 상대로 활동을 해야 하는데 케리 장관은 그 보다 미국내 설득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국무장관이 아니라 국방장관 같은 행보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공격안에 대해 의회의 승인을 얻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는 헌법이 부여한 자신의 역할을 소홀히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대통령들은 최근 30년간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한번도 의회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결정을 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도박이라는 미국 언론의 평가도 있었지만 `유약해진 대통령'이 된 오바마의 오늘을 보여준다거나 중국의 부상과 함께 '팍스 아메리카나'의 퇴조를 상징한다는 촌평을 내놓고 있다.

급기야 2016년 대선 출마를 고려중인 공화당의 피터 킹 하원의원은 3일 뉴욕데일리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2차대전 승리로 미국 대통령이 자유진영의 지도자가 된 이후 공화와 민주 어느 당의 대통령도 국익을 위해 신속한 군사행동을 주저하지 않았다"며 "군 통수권자가 535명일 수 없다"고 역설했다.

킹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군사행동을 결행할 지를 놓고 공을 의회로 넘기는 믿기지 않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는 군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의 권한을 포기한 재앙일 뿐 아니라 날로 위험해지는 지구촌에 극도로 나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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