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요 국제적 쟁점에 결단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그릇된 판단을 하는 바람에 외교정책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고 A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중동에서는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러시아와 관계를 재정립하려던 시도도 흔들린데다 국가안보국(NSA)의 전방위적 감시활동이 드러나면서 서유럽 우방국까지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이집트와 시리아 사태 등 중동 정세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력 부족'을 문제 삼았습니다.
2009년 1기 행정부 출범 당시 아랍 국가들을 방문하며 '새 출발'을 약속한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시작된 민주화 요구 시위 이후 다음 단계 조치를 확신하지 못하거나 어정쩡한 개입으로 상황 변화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2년이 넘게 버틸 것을 예상하지 못한 점이나 이집트 이슬람주의 정치세력의 영향력을 간과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국제 정책을 자문한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국제학대학원(SAIS) 학장도 "대통령은 긴 안목의 전략적 비전이 없다"며 "그저 상황이 불거질 때마다 쟁점별로 반응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외교에서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으며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AP통신은 지적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 집권기에 핵 감축 합의 등 진전을 이뤄낸 것은 사실이지만,관계개선을 나타내는 몇 가지 청신호만으로 수십 년에 걸친 양국 간의 불신을 극복할 수 있다고 잘못 계산했다는 분석입니다.
AP통신은 또 NSA의 정보수집 활동이 폭로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독일 등 우방국으로부터도 비판에 직면했으며 서유럽에서 전반적인 지지율도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지난 24일자 칼럼에서 냉전시대와 오바마 대통령이 주요 외교 문제에서 '귓속말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수준의 반응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옹호했습니다.
냉전 시대와 현재의 외교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프리드먼은 국제관계학자 마이클 만델바움을 인용해 "냉전시대 미국 외교정책은 '외부로 드러난 상대국의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느냐'가 관건이었다면 현재는 상대국의 '내부적 구성요소와 통치방식을 다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미군 철수 이후 혼란에 빠진 이라크와 카다피 축출 이후에도 안정을 찾지 못하는 리비아를 예로 들면서 "미국의 개입은 변화의 출발은 만들겠지만, 변화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은 현지인들의 몫"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리드먼은 아울러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중동지역 정세에 긴급하게 개입해야 할 필요성도 함께 감소했다고 꼬집었습니다.
프리드먼은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모든 상황을 알지만 말할 수 없을 뿐이며, '귓속말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외교가 불만족스럽고 재미없는데다 역사를 바꾸지도 않겠지만 이는 현재 미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이며 대부분의 미국인이 원하는 바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