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5일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역대 총리의 발언과 비교하더라도 시대를 거스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역사에 겸허하고 배워야 할 교훈은 깊이 가슴에 새기겠다"고 말했으나 정작 일본이 다른 나라에 피해를 준 사실이나 이에 대한 반성은 빼놓았다.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전 총리가 1993년 "아시아 인근 국가를 비롯해 전 세계의 모든 전쟁 희생자와 유족에게 국경을 넘어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히면서 일본 총리들은 다른 국가가 입은 피해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1994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비참한 희생을 초래했다"며 "깊은 반성과 함께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하고 싶다"며 일본의 가해 사실을 분명히 확인하고 반성으로 한걸음 나아갔다.
1996∼1997년 재임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총리는 "아시아의 모든 주변국에 많은 고통과 슬픔을 줬다. 깊은 반성과 더불어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자민당 정권에서도 가해와 반성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모리 요시로(森喜朗),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아소 다로(麻生太郞), 간 나오토(菅直人),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등 전직 총리들은 가해, 애도, 반성을 담은 발언을 이어갔다.
심지어 아베 총리도 2007년 첫 임기 중에 "여러 국가, 특히 아시아 모든 나라의 국민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안겨줬다. 국민을 대표해 깊은 반성과 더불어 희생자에게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전임 총리와 같은 수준의 발언을 했다.
여기에는 "전쟁에 대한 반성에 입각해 부전(不戰)의 맹세를 견지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본인을 포함해 역대 총리 10명이 언급한 반성과 애도의 뜻을 올해 패전일에는 깡그리 외면한 것이다.
아사히(朝日) 신문은 아베의 8·15 추도사를 '아베 색(色)'이 진하게 밴 것이자 일본 내부에 주안점을 둔 메시지였다고 평가했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