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 정책을 자문하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의 모스크바 협의회 자문위원들로 위촉된 고려인(현지 토착 한인)들이 한국인 중심의 조직 구성에 불만을 표시하며 집단 사퇴를 선언한 사건의 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민주평통 관련 한국 측 인사들과 고려인 측 인사들 간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대립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출범한 제16기 민주평통 모스크바 협의회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고려인 9명은 자문위원과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고려인들의 견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으며 결국 고려인 자문위원 비율이 크게 줄고 그동안 고려인이 맡아온 회장도 한국인으로 바뀌었다며 자문위원직 수락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지 고려인 조직인 전러시아고려인연합회(OOK) 모스크바 사무실에서 회의를 열고 자문위원직 수락 거부 방침을 결정한 뒤 이 같은 사실을 성명 형식으로 민주평통 측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또 항의 차원에서 지난달 1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16기 협의회 출범식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고려인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에 대해 김원일 모스크바 협의회 신임 회장은 6일(현지시간) "고려인 자문위원 몇 명이 민주평통 사무처의 결정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지금까지 사무처나 나에게 사퇴 의사를 밝힌 사람은 2명의 고려인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고려인들이 집단 사퇴 문제를 논의한 자체 모임을 가진 적도 없다는 주장도 폈다. 또 자문위원 배분과 추천 과정에서 고려인 측의 양해를 충분히 구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결국 "모스크바 협의회 전체 자문위원 43명 가운데 고려인이 과반수가 넘는 22명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민주평통 사무처 관계자도 아직 사무처로 사퇴서를 제출한 고려인 자문위원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려인 측 견해는 달랐다.
자문위원직 수락을 거부한 현지 고려인 동포 신문 '루스키 코레예츠'(러시아 한인들) 편집인 발레틴 첸은 이날 "OOK 소속 자문위원 9명 전원이 사퇴 의사를 성명 형식으로 민주평통 측에 이메일로 분명히 알렸다"면서 "혹 기술적 문제나 다른 사유로 전달되지 않았다면 하루 이틀 내에 다시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경우든 9명이 사퇴를 결정한 것은 100% 확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첸 편집인은 사퇴 결정을 한 위원들이 자체 모임을 가지지 않았다는 김 회장의 주장에 대해 "OOK 사무실에서 몇 차례 회의를 했다. 참석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화상 회의 등을 통해 의사를 표시했다. 9명 전원이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보면된다"고 반박했다.
앞서 두 차례나 민주평통 모스크바 협의회 회장을 지낸 바 있는 바실리 조 OOK 회장도 "9명의 고려인 자문위원이 사퇴한 건 100% 확실한 팩트"라며 "이들 외에 추가로 다른 고려인 자문위원들이 사퇴서를 제출하는 상황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문위원과 회장 선정 과정에서 주러 한국대사관과 민주평통 측에 "고려인 자문위원 수가 60% 이상을 차지해야 하고 고려인이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견해를 여러 차례 전달했지만 결국 이 같은 우리의 견해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고려인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아예 우리를 참여시키거나 의견을 묻지도 말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평통은 국내 조직 외에 미국, 중남미, 일본, 유럽 등 해외 지역에 43개의 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를 포함한 옛 소련권 지역에는 모스크바협의회, 블라디보스토크협의회, 중앙아시아협의회 등 3개의 협의회를 두고 있다.
2년 임기의 모스크바 협의회 자문위원과 회장 명단은 주러 한국대사관의 추천을 거쳐 민주평통 사무처가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스크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