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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와 공존하는 멕시코 한인 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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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고비 두 번 넘겼죠…."

5일(현지시간) 오전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 도심에서 차로 30여 분 떨어진 시장 지역인 센트로와 테피토.

400여명의 한인 상인들이 의류와 가방 등 잡화 판매상을 하는 이곳에는 오전부터 도소매업자들과 손님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8년 전 페루에서 건너와 센트로에서 양말 도소매업을 하는 홍종섭(64)씨는 두 차례 목숨을 잃을 뻔했던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면서도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3년 전 가게 일을 끝내고 부인과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거리에서 차량 정체로 멈춰 있던 중 금품을 노리는 강도가 쏜 총에 얼굴을 맞았다.

총알이 얼굴에 박혔으나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홍씨는 악몽을 털고 다시 영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1년 뒤 가게 바로 앞에서 돈을 요구하는 강도에 대항하다가 옆구리를 흉기에 찔렸다.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은 홍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중환자실에서 깨어났다.

다섯 바늘을 꿰맸으나 흉기가 몸속 깊숙이 들어가면서 출혈이 심해 역시 목숨을 잃을 뻔했다.

홍씨는 2개월 뒤 병실에서 다시 일어나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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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씨는 "바보 같은 짓이었죠…돈 몇십 만원 주고 말았어야 하는데…"라면서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국의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을 합한 것보다 훨씬 큰 이곳 센트로와 테피토의 한인 상인들에게 강도를 당하는 것은 '일상사'에 가깝다.

센트로에서 여성 의류를 판매하는 이모(64)씨는 14년간 장사를 하면서 9차례나 강도를 당했다.

이씨는 "(강도당하는 것은) 몸에 뱄다"고 말한다.

대낮에 권총을 들고 가게에 무턱대고 들어와 금품을 요구하는가 하면 밤에는 가게 벽을 뚫고 물건을 쓸어가기도 한다.

이곳 상인들은 권총을 들이댔을 때 준비(?)해둔 현금을 주면 된다고 얘기한다.

중국에서 여성 의류를 떼 와서 가게를 하는 황모(57)씨는 3년 동안 7차례 강도를 당했다.

그는 "돈을 가져가라고 하고 가만히 있으면 해치지는 않는다"고 했다.

18년동안 머플러 장사를 해온 정모(56)씨는 "몇 푼 안 되는 현금이나 하찮은 물건 안 뺏기려다 총을 맞을 수 있다"면서 강도와 맞닥뜨리면 미련을 버리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장사하다가 현지 외환위기가 닥치자 2002년 멕시코로 건너온 김모(50)씨는 "강도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년 전 아침 가게 문을 열자마자 권총을 들고 들이닥친 강도에게 "영업도 안 했는데 무슨 돈이 있느냐"며 타일러서 돌려보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강도는 종업원의 친구여서 알고 지낸다고 한다.

일을 마치고 부인과 퇴근할 때 3∼4명의 청년이 따라오면 김씨는 낌새를 수상히 여기고 마트 같은 곳으로 잽싸게 들어간 일도 몇 차례 있다.

그러나 한인 상인들이 목숨을 잃는 일도 종종 생긴다.

작년 9월 테피토에서 의류가게를 하는 김모(52)씨는 가게 앞에서 괴한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즉사했다.

현지 수사 당국이 아직 범인을 잡지는 못했지만 원한 등에 의한 청부살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이곳 한인 상인들은 보고 있다.

테피토는 멕시코시티에서 마약과 총기류가 거래되는 위험한 지역이지만 40여 곳의 한인 의류가게가 좁은 통로 양쪽으로 줄지어 서 있다.

김씨가 운영하던 가게도 다른 상인이 물려받아 영업하고 있다.

멕시코시티의 치안 활동은 외국인 상인들을 그다지 보호해주지 못하는 편이다.

권총 강도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 신고를 받고도 현지 경찰은 별다른 손을 쓰지 않는 장면도 흔하게 목격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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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상점 앞에는 상인이 개별로 고용한 경비가 무장한 채 근무를 하고 있지만 다른 가게 일에는 아예 관여를 하지 않는다.

목숨을 담보로 한 한인 상인들의 '용감한 장사'는 이유가 있다.

주로 중국에서 물건을 떼와 내다 파는 이들에게 '마진이 크다'는 것이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미국에서 이런 장사를 해서는 이익을 크게 남길 수가 없다.

그러나 이들에게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장벽이 생겼다.

5년여 전부터 중국인 상인들이 몰려들면서 저가 공세를 펴기 시작한 것이다.

가방 등 잡화 분야에 강점을 내세워 시장에 고개를 들이밀기 시작한 중국인들은 여성 의류 등까지 급속히 영역을 넓히고 있다.

12∼13년 전 친인척들과 함께 7곳의 가게를 운영하면서 하루 매출만 수천만 원을 올린 적도 있다는 한 상인은 경기가 예전만은 못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강도도 무섭지만 중국인들이 밀고 들어와 많이 위축된다"며 "조만간 모든 품목을 점령할 것 같다"며 걱정스러워했다.

목숨을 노리는 강도와 함께 중국인들과의 경쟁도 한인 상인들에게 '멕시칸 드림'을 성취하기 위해 넘어야 할 관문이 됐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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