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누구의 딸’, ‘어디, 어디에 나오는 여배우’로 불릴 수밖에 없는 게 신인배우의 숙명이다. 하지만 배우 이유비는 그렇게만 각주를 달아서 설명하기에는 연기 실력이 기특한 신예다.
MBC 드라마 ‘구가의 서’를 마친 뒤 이유비를 만났다.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큰 눈망울을 반짝였지만 빡빡한 인터뷰에 지친 듯 말없이 사진촬영을 마쳤다. 기자가 “피부가 정말 백옥이다.”며 칭찬을 건네자 이유비는 만면에 환한 미소를 띠며 좋아했다. 이유비는 순수함이 매력인 20대 초반의 여배우였다.
이유비를 세상에 알린 건 단 세 작품이었다. MBN ‘뱀파이어 아이돌’에 이어 KBS ‘착한남자’와 ‘구가의 서’ 등이다. 거의 얼굴을 숨긴 채 나왔던 ‘뱀파이어 아이돌’을 제외하면 ‘착한남자’는 사실상 이유비의 데뷔작이나 다름없었다. 이미 ‘견미리의 딸’이란 건 알려진 상황에서 이유비는 그런 수식어에 대한 화제성 보다 “연기를 꽤하는 신인배우의 탄생”으로 스스로를 기억시켰다.
▶ 밤을 하얗게 새우며 고민했던 ‘구가의 서’
그런 이유비의 세 번째 도전은 의외로 사극이었다. ‘구가의 서’에서 이유비는 청조 역을 맡았다. 청조는 최강치의 첫 사랑이자 구슬픈 가족사를 가진 비운의 여성이다. 당찬 모습은 이유비의 실제 모습을 닮았지만, 청조가 가진 삶의 무게까지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기에 버겁기도 했다.
이유비는 ‘구가의 서’를 촬영하면서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사극은 촬영이 고되다던데 잠이라도 푹 자야 하는 거 아니냐.”고 재차 묻자 이유비는 “청조를 맡은 순간부터 고민이 어깨를 짓눌렀다. 이걸 어떻게 소화해야 할까, 라는 고민에 촬영을 마쳐도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잘해줬다. 기사마다 이유비에 대한 칭찬이 가득하더라.”고 말하자 이유비는 “정말요? 감사합니다”라고 수줍게 답했다. 이어 이유비는 “청조를 떠나보내기 아쉽다.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내가 열정과 욕심으로만 이렇게 도전한다는 경험을 또 할 수 있을까?”라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 “연기력 논란? 앞으로도 없을 거란 확신 없다”
연기자에게 연기력이란 응당 갖춰야 할 재료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일부 연기자들이 ‘배우’ 보다는 ‘연예인’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걸 놓치는 걸 종종 목격한다. 그런 현실에서 이유비와 같은 젊고 당차면서 연기력까지 수려한 배우를 보면 괜히 반갑다.
“연기력 논란이 없는 이유는 순전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착한남자’에서 초코는 거의 제 모습에 가까웠거든요. 청조는 스토리가 워낙 좋았고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캐릭터였고요. 연기력 논란은 앞으로도 쭉 없어야겠지만 없을 거란 확신은 없어요. 아직 전 모르는 게 많은 신인연기자일뿐이잖아요. 그런 논란이 생기면 좋은 경험으로 삼고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차근차근 하는 말이지만 이유비의 강단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그런 강단이 혹시 어머니 견미리로부터 온 건 아닐까. 이유비는 “아무래도 끼를 물려받긴 한 것 같지만 어머니 말로는 어머니 데뷔 때랑 비교하면 제가 더 당찬 것 같대요.”라며 웃었다.
▶ ‘외유내강’ 이유비의 의미있는 성장
성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외유내강’에 가깝다고 말하자 이유비는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비는 “사춘기 때였던 것 같은데, 나쁜 일이 굳이 나쁘지 않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면서 “배우 일을 할 때 그런 마음이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통해서 배우란 직업을 접한 이유비는, 많은 제안을 뿌리치고 엘리베이터 타지 않고 꿋꿋이 계단을 걸어서 데뷔를 했다. 데뷔 당시 어머니는 물론 친구나 지인들도 그녀가 오디션을 보는지 몰랐다고 할 정도. 이유비는 “정말 원하는 건 스스로 얻어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단단한 모습을 보였다.
‘구가의 서’를 통해서 이유비는 많은 고민으로 밤을 새웠지만, 그런 밤들을 통해서 한 단계 더 성숙하게 변한 듯 했다. 초코에서 청조로 180도 쯤 변신한 이유비의 또 다른 180도 반전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