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새 일자리 수, 실업률 등 고용 관련 지표는 다른 수치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 축소 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가늠자로 고용지표를 꼽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률이 7% 이하로 떨어지거나 월별 새 일자리수가 안정적으로 20만개를 웃돌면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는 '출구전략'을 시행한다는게 연준의 방침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6월 새 일자리 관련 통계는 미국이 불경기의 긴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는 희망을 갖기에 충분한 측면이 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6월 비농업 부문에서 새 일자리가 19만5천개나 증가했다고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 평균(16만개)을 크게 웃돈 수치며, 전달(17만5천개)보다도 많은 것이다.
특히 최근 3개월간 새 일자리가 월평균 19만6천333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부문별로는 공공부문에서 7천개 줄었으나 민간부문에서 무려 20만2천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부문 가운데서는 소매업에서 3만7천100개나 늘어난 것을 비롯해 제조업(6천개), 건설업(1만3천개), 자동차생산업(5천100개) 등에서 모두 신규 고용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실업률은 전달과 같은 7.6%로, 지난 4월보다는 0.1%포인트 높았지만 최근 4년만에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첫 번째 취임 이후 8% 이상의 고공행진을 지속하다가 지난해 11월, 12월 각각 7.8%로 떨어졌다. 올해 1월 7.9%로 다시 올라갔으나 2월 7.7%, 3월 7.6%, 4월 7.5%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간 뒤 최근 2개월 연속 7.6%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세금인상과 연방정부의 지출 삭감 등에도 고용시장은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완화 조치를 조기에 종료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연준이 고용안정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새 일자리 수인 20만개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통계 수치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전체 성인남녀의 고용률은 최근 58.7%로 올랐지만 이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보다는 낮은 수치다.
또 인구증가율까지 감안하면 최근의 고용률 신장세가 한풀 꺾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업률 통계에는 구직의사가 없는 자발적 실업자는 제외되기 때문에 실제 실업률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맹점도 있다.
자발적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 전까지는 완연한 경기회복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완전고용이라고 할 수 없는 시간제 근로자가 지난 3월에는 760만명에 달했으나 6월에는 820만명으로 급증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건강보험개혁안의 내년 시행을 앞두고 기업체들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시간제 근로를 선호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비농업 부문 일자리를 부문별로 쪼개보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노동부의 발표를 보면 민간부문 일자리는 무려 20만2천개나 늘었지만 공공부문 일자리는 7천개나 줄었다. 이에 따라 민간부문 고용은 전년보다 2%가량 올랐다.
반면에 공공부문의 고용은 0.2%가량 감소했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연방정부의 자동 예산삭감(시퀘스터)의 여파로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더욱 줄어들 것이란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4개월간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4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게다가 해고자외에 적잖은 인원이 무급휴가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공공부문의 실업률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공공부문에서의 시간제 근로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 6월 공공부문의 시간제 근로자는 무려 14만8천명에 달했다. 2011년 6월에는 5만5천명, 2012년 6월에는 5만8천명 수준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증가폭이다.
게다가 민간부문의 고용은 공공부문의 예산과 직간접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공부문의 열악한 고용사정은 언제라도 민간부문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민간부문 일자리의 전반적인 증가에도 연방정부 예산의 영향이 크게 미치는 조선·항공·전자 부문의 민간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 한 예다.
따라서 지난 주말 나온 고용지표의 호조를 곧바로 미국 경제회복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