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인터뷰] 30대 역차별?…'청년고용촉진법' 논란

강태우 PD


구글에서 SBS뉴스 즐겨찾기 추가
동영상 표시하기

“겨우 3700명 고용하는 ‘고용 촉진법’ 논란”

▷ 한수진/사회자:

청년 교용촉진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4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청년층 표심 잡기를 위한 날림 법안이다. 30대를 역차별 한다. 말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청년고용촉진법에 대해 자세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이슈를 취재한 강태우 PD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강태우 PD: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청년 고용촉진법. 어떤 법인가요.

▶ 강태우 PD:

이번 청년 고용촉진법 개정안은 내년부터 3년간 한시법으로 공공부문에서 매년 정원의 3%를 청년층에서 의무적으로 고용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과거 권고에 그치던 내용을 의무화 한 점이 핵심인데요.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 고용률은 39%입니다. 매우 심각한 수준인데요. 그래서 나온 것이 청년 고용을 의무로 할당하자는 법입니다. 사실 이 법은 한 10대 여성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됩니다. 재빵공장에서 일하던 10대 여성이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합니다. 그렇게 일자리를 잃은 소녀가 길에서 와플을 팔던 청년에게 숙식을 제공받는 도움을 얻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소녀는, 청년이 와플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보낸 재료가 아닌 자신이 재조한 와플을 몰래 끼워 파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관리자에게 밀고하게 됩니다. 결국 청년은 쫓겨나고 그 일자리는 소녀에게 돌아갑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벨기에 감독 다르덴 형제의 영화 로제타의 줄거리입니다. 이 영화는 99년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는데요. 먼저 영화 속 한 장면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청년과 소녀가 길에서 마주치는 장면입니다.

광고
광고 영역

(청년과 소녀의 대화 - 영화 ‘로제타’ 中)

▶ 강태우 PD:

네. 내용이 이렇습니다. 청년이 따지니까 소녀가 차라리 나를 때리라고 이야기합니다. 다시 청년이 다그치니까 소녀가 나는 일자리가 필요해. 라고 하니 둘 다 침묵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지금 한국 청년들의 실상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취업을 위해 또래들과 그 어떤 인간관계도 제대로 맺지 못하는 면접장의 풍경과 비슷합니다. 90년대 말 벨기에 청년 실업 상황은 매우 심각했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벨기에 고용부는 영화의 제목을 딴, 로제타 플랜 이라는 청년고용 계획을 세웁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 로제타 플랜이라는 것이 청년고용 촉진법과는 어떤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하나요.

▶ 강태우 PD:

저희 청년 고용 촉진법이 벤치마킹한 것이 바로 이 벨기에 로제타 플랜입니다. 먼저 로제타 플랜이 어떤 법인지 국내에서 처음 소개한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의 김성희 교수님을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 김성희 교수 /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99년 9월에 벨기에 고용노동부 장관이 로제타 플랜을 제출했습니다. 그 결과 제출 2년 동안 약 20만 명 이상의 신규고용을 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 인원은 굉장히 획기적인 결과라고 나와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로제타 플랜이 좋은 법이라고 해도 2000년 당시 벨기에 상황이잖아요. 지금 한국 상황 같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 강태우 PD:

그렇습니다. 이 법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은데요. 명지대학교 조동근 교수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 조동근 교수 / 명지대학교:

청년들의 고용에 대해서 배려해야하고 관심 가져야 하는데 그 방법론을 보자고요. 할당. 칸막이를 두는 거지. 예를 들어서 우리가 운동장을 넓게 써야 효율적으로 쓰는 거잖아요. 약자 보호를 위해서 어느 사회나 다 있는데 그것을 넘어서는 것은 안 되는 거예요. 원칙적 판단에서, 기업에게 사람이 왜 필요하지? 일감 때문에. 그런 식으로 기업에서 일감을 만들어주면 자연스럽게 되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기업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그런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로제타 플랜과 비교해서 법안 내용을 들여다보아야할 것 같은데요.

▶ 강태우 PD:

청년 고용촉진법은 로제타 플랜과 많이 닮아있는데요. 일단 의무 고용비율을 정원의 3%로 잡은 것부터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청년 고용촉진법에서 3가지를 중점적으로 점검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의무고용 비율과 기업의 유인책, 견인책입니다. 김성희 교수와 청년 유니온의 한지혜 위원장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 김성희 교수 /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광고
광고 영역

우리가 청년 고용 촉진법을 도입하면서 고용 효과를 3,700명 정도를 예상하고 있는데 이것은 시작했다는 의미를 두기에도 미미하고 한마디로 말하면 민간 기업에 적용하는 것이 초점이라는 것이죠.

▶ 한지혜 위원장 / 청년유니온:

실제 공공기관보다 대기업의 채용 규모도 훨씬 크고 여력도 크기 때문에 민간 기업에도 의무고용 할당제를 5%로 하자고 이야기를 드렸던 거예요.

▷ 한수진/사회자:

현재 법안으로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거네요. 민간 기업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는 거지요.

▶ 강태우 PD:

네. 그런 주장입니다. 2010년 근로 실태 조사에 따르면요. 300인 이상의 기업에서 청년 정규직 채용 비율은 3.7%이었습니다. 3%를 의무 고용한다고 해도 별 영향을 안 받습니다. 원래 하던 거니까요. 그리고 지난 18일 공시된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 따르면 공공부문의 총 정원이 약 25만 명인데요. 거기서 3%를 받자 약 7,500명 수준입니다. 청년 실업 해결을 하기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채용 비율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는 것인데 사실은 너무 높게 잡으면 기업들이 반발하잖아요..

▶ 강태우 PD:

네. 맞습니다. 벨기에의 경우 기업이 의무고용비율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한 사람당 매일 3,000벨기에 프랑씩 한 달에 90,000프랑 이라는 막중한 벌금을 물렸습니다. 우리 돈으로 한 달에 약 250만 원 정도이니까 평균임금과 맞먹었습니다. 기업으로서는 뽑든 뽑지 않던 같은 돈이 들고 세금까지 감면되니까 사람을 뽑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들었겠죠. 반대로 이게 납득할만한 수준이아니라면 기업으로서는 억울하기만 하고 결과적으로 기업 활동에 큰 제약이 된다는 겁니다. 조동근 교수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 조동근 교수 / 명지대학교:

고용에 대해서 세액을 공제해주는 인센티브가 있어요. 그런 정도로 간접적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봐요. 자꾸 졸속으로 가다보면 모든 것을 쪼개서 사회주의적인 발상을 하기 쉬운데, 그 기업이 사람을 뽑을 수 있는 여력이 떨어진다면 오늘을 위해서 내일을 희생하는 것이 되잖아요.

▶ 강태우 PD:

기업에게 제약을 가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이런 의견 때문에, 그리고 이유가 분명 있습니다. 합리적인 부분이 있고요. 그래서 청년 고용 촉진법에 요구되는 예산의 재정 구조를 잘 설계해야 합니다. 벨기에의 경우 지원금 예산을 과태료와 연동시키는 방식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고 해요. 못 하는 기업 돈을 잘 하는 기업에게 주는 것이죠. 우리도 기업 입장에서 채찍 맞는 것 보다는 당근 먹는 것이 낫겠다. 이런 판단을 할 만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겠죠. 지금은 재제 안이 이렇습니다. 청년 고용비율을 공공부문 경영 평가에 반영하겠다. 이 수준이에요. 사실 이 평가지표라는 것이 항목이 엄청나게 많거든요. 그 중에 하나입니다. 있으나마나 영향력이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기업의 합리성과 정책의 목표를 일치시켜야 한다. 이런 말씀이 될 것 같은데요. 그런데 아무리 의무고용이 지켜진다고 하더라도 고용의 형태가 불안정하다면 이것도 실질적 대책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죠.

▶ 강태우 PD:

맞습니다. 두 번째로 고용 형태가 매우 중요합니다. 가령 이 비율을 지키기 급급해서 비정규직 근로자만 채용한다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과 다를 바 없겠죠. 김성희 교수의 말 계속 들어보겠습니다.

▶ 김성희 교수 /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광고
광고 영역

청년 고용의 고용 형태를 명료하게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체로 그것은 정규직 고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은 되고 있는데 어떤 고용을 의무화 하는 것인지 명료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제 일자리. 이런 것과 연동시켜서 애매한 처지로 내몰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규직으로 해석은 되지만 명시하지 않았다. 애매하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 강태우 PD:

2013년 고용형태별 근로 실태 조사에 따르면요. 우리나라 29세 이하 청년 비정규직 시간당 급여 수준은 정규직 대비 76%에 불과합니다. 이런 우리 상황에서 좀 더 안정적인 고용 형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겁니다. 무엇보다 비정규직 정책과 긴밀한 연계가 필요하다고 보여 집니다.

▷ 한수진/사회자:

법안의 내용이 불분명한 탓에 청년층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결론도 가능하겠네요.

▶ 강태우 PD:

네. 그렇습니다. 좀 더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는 젊은이들이 서로 다툼을 하는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고 봅니다. 끝으로, 목표 집단이 누구냐. 이것에 대한 문제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법안이 통과된 후 가장 즉각적인 반응은 30대들이 본 법을 역차별이라며 반발한 것인데요. 현재 청년의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만 15세에서 29세까지로 정해져 있습니다. SBS리포트 중 한 30대 구직자와 모 공기업 인사담당자 인터뷰 들어 보겠습니다.

▶ 30대 모 구직자:

군대갔다오고 졸업하면 27~28살이고 취업기간을 2년 정도로 잡았다고 보았을 때요.

▶ 모 공기업 인사담당자:

29세를 넘는 사람들의 채용이 다소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 강태우 PD:

한국 보건 산업 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해 취업 준비 기간은 정규 교육기간을 제하고도 남성이 평균 8년. 여성은 4년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거의 30대 이죠. 거기다 지난 해 이직자 266만 명 중 30대가 2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실제로 공기업 취업 관련 사이트에서는 30대에게 공기업은 마지막 출구다. 이런 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로제타 플랜의 경우 목표 집단을 원칙적으로 학교를 나온 지 6개월 미만인 25세 미만의 청년으로 했었는데요. 이는 실질적으로 저학력 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이러한 할당 없이도 취업이 가능했을 고학력층에게 수혜가 더 많이 돌아갔다고 합니다. 이는 목표 집단을 좀 더 정밀하게 잡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당시 벨기에 대학 진학률이 30%이었던 점을 생각한다면 대학 진학률이 70%를 넘는 우리의 상황에서는 본 법이 학력보다는 나이의 장벽이 될 소지가 클 겁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기업에서는 같은 학력이라도 더 어린사람을 뽑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다른 계층의 배제를 피하는, 참 쉽지 않은 문제네요.

▶ 강태우 PD:

어렵습니다. 때문에 법 자체가 단단해야 하겠죠. 지금은 어떨까요. 법안이 통과된 지 한 달 만에 청년층의 폭을 39세로까지 늘리는 개정안이 다시 발의되었습니다. 재석 의원 231명 중 227명이 찬성하는 법안이었다는 점을 보면 참 우스꽝스러운 꼴인데요. 그리고 재개정안 조차도 의무 고용 비율 3%를 고스란히 둔 채 연령 범위만 늘렸습니다. 이는 어린이는 하루에 한 알, 어른은 두 알 먹어야 하는 약을 그냥 어른이 한 알 먹는 것과 같습니다. 효과가 희석될 뿐이죠. 처방을 제대로 하려면 체구가 더 큰 환자. 더 넓은 연령 범위에 맞게 약의 양을 늘리는 것이 상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허술한 점이 많아 보이는데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강태우 PD:

법이 시행되는 내년 1월 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고 봅니다. 정부와 입법자들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법 자체를 만드는 것 보다는 법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강태우 PD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