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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스테로이드 퍼주는 '대박 약국' 방문기

'대박 약국'의 비밀…스테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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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의 용하다는 약국이 다 그런 건 아닙니다만 적지 않은 수의 ‘대박 약국’들이 초강력 소염제인 스테로이드를 과도하게 쓰고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는 염증을 순식간에 없애기 때문에 통증 누그러뜨리는데 탁월한 효능을 냅니다.

통증을 사라지게 하니 스테로이드 넣은 약은 잘 듣는 약이라는 입소문을 타기 마련이고 환자 끌어오는데 일등 공신이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부작용입니다. 골다공증, 뼈의 괴사, 위출혈, 근육손실 등 수많은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르기 때문에 염증이 심해 통증으로 고통받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도 하루에 한 번 정도 단기간에만 복용하게 하는 약입니다. 그런데 이 약을 관절 아프다면 누구에게나 퍼주는 약국들이 전국 곳곳에서 용한 약국으로 이름을 드높이고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의 P약국

서울 영등포 주택가 골목길에 자리잡은 P약국은 그야말로 문전성시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관절 환자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안내 직원을 여러 명 고용할 정도입니다. 기자도 지난 7일 무릎 아프다며 P약국엘 가봤습니다. 안내 직원이 바로 옆 의원에 가서 처방 받아오라더군요. 의원 안내데스크에 등록하고 1~2분 기다리니까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무릎이 아파서" 한마디 하니까 의사는 "등산 다니냐"며 "약 드려볼까요"라고 대뜸 말했습니다. 사실 가짜 환자이긴 하지만 애써 다리 저는 흉내까지 내면서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의사는 제 무릎을 만져보기는 커녕 눈길 한 번 안줬습니다. 그리고는 "당뇨나 고혈압 없죠"라며 한 달치 약의 처방전을 써줬습니다.

그 처방전을 P약국에 내고는 30분 넘게 기다린 끝에 약을 받았습니다. 파란색 스테로이드가 하루에 3번 8일치 들어있었습니다. 한아름 약봉지를 들고 다른 환자의 동태를 살피다 저와 같은 초진 환자 한 분을 찾았습니다.

50대 택시기사인데 족구하다가 발바닥을 다쳐서 온 분이었습니다.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인데 P약국 약 먹으면 잘 낫는다는 소문 듣고 오신 분이었습니다. 제 약과 그 분 약을 비교해봤는데 정확히 똑같았습니다. 같은 다리에서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저는 무릎이고 그 분은 발바닥인데도 말이죠.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지, 친구분과 같이 오신 할머니 등의 약봉지도 양해 구해서 살펴봤는데 허리든 무릎이든 약은 같았습니다. 게다가 재진 이상 환자에게는 스테로이드가 하루에 3번 한 달치 들어있었습니다. 한 할아버지는 집에 계신 할머니 약도 함께 타가셨는데 재진부터는 보호자만 와도 환자 약을 처방해준다고 합니다. 환자 상태는 아예 보지도 않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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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의원 의사를 불러 만나봤습니다. "스테로이드 많이 쓰니까 여기 약이 용하다는 소문 난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의사는 아무 거리낌 없이 "맞는 말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의사는 "P약국 오는 환자들이 주로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고, 자주 밖에 나오실 수 없는 시골 분들이고 해서 스테로이드를 한 달치씩 처방해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대학병원 교수들한테 물었더니 퇴행성 관절염에는 스테로이드를 처방 안 한다고 하더군요. 염증이 잘 생기지 않는 질환인데 스테로이드 처방했다가는 부작용만 생기기 때문입니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 스테로이드 처방하면 처방 자체가 안되도록 처방 전산 시스템이 설계된 병원도 많습니다. 게다가 이 의원엔 관절 본다는 정형외과, 신경외과 전문의도 없습니다. 이 의원 의사들의 전공은 산부인과와 가정의학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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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로이드 캡쳐_5

부산 기장 P약국, 충남 아산 D약국, 경기 남양주 W약국

부산의 P약국과 아산의 D약국, 남양주 W약국은 의약분업 예외지역에 있는 약국입니다. 주변에 병원이 없어서 의사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약을 임의 조제해주는 곳입니다. W약국에 가서 "제 어머니 무릎이 아프다"고 해봤습니다.

지체 없이 약을 지어주더군요. 7일치 지어주길래 더 달랬더니 약국 직원은 "다음에 또 오면 한 달치 지어줄게요"라고 답했습니다.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도 의사 처방 없이는 6일 이상 약을 조제할 수 없는데 엄연한 불법 행위입니다.

이곳 약에도 어김없이 스테로이드가 들어있었습니다. 환자가 여성이고, 70대라는 정보만 듣고 거침없이 스테로이드 든 독한 약을 지어준 겁니다. W약국은 약과입니다. 부산의 P약국과 아산 D약국이 조제해주는 관절약에 든 스테로이드는 국내에 시판된 스테로이드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입니다.

'덱사메타손'이란 약인데 암환자와 수술환자의 심한 염증 치료에 쓰이는 스테로이드입니다. 만약 자기 가족이 단순 관절염 앓고 있다면 이런 약 먹일 수 있을까요?

여기만이 아닙니다. 경남 김해의 H약국, 경남 사천의 S약국 J약국, 강원 평창의 A약국 M약국, 경북 고령의 G약국. 대책이 시급한데 현재로서는 대책이 없습니다.

정부의 전산 시스템으로는 약국에서 어떤 약이 팔리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고, 확인한다 한들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아 스테로이드 남용이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보건당국은 기왕 이렇게 거론된 약국들만이라도 급한대로 점검한 뒤 어떤 트집을 잡아서라도 일벌백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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