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에서 시제품이 공개된 구글 글라스가 자칫 사람의 인지 능력을 마비시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심리학자들에게서 나왔습니다.
미국 일리노이대 대니얼 사이먼스 교수와 유니언 칼리지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이런 내용을 담은 글을 기고했습니다.
사이먼스와 차브리스 교수는 사람이 특정한 행위에 주의를 쏟으면 인지능력에 허점이 생기는 특징을 오랫동안 연구해왔습니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고릴라로 부르는 현상이 이들이 실험 결과로 확인한 내용입니다.
관찰자들에게 어떤 상황을 보여주면서 특정 행위에만 주목하라고 유도한 뒤 나중에 결과를 확인하면, 관찰자는 주목한 행위 이외에 다른 행위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들 교수는 '구글 글라스가 위험한가'라는 이번 기고문에서 시선만 가리지 않으면 눈앞에 벌어진 일을 금세 알아차린다는 통념은 오류라고 강조했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관심을 다른 곳에 두면 고릴라 복장을 한 사람 등 특이한 광경도 못 보고 지나친다는 것입니다.
사이먼스 교수는 이런 사실이 여러 차례 실험으로 입증됐다면서 구글 글라스도 이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창에 투영되는 위치정보나 메시지에 관심을 쏟다 보면 일시적 '시각 마비' 현상이 나타나 달려오는 차량이나 급경사를 못 알아챌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이들은 비행기 창에 계기판 정보를 투영하면 조종사가 비행기 바깥 상황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는 연구도 있다면서 "인간 두뇌와 마음의 한계를 이해해야 안전하면서도 혁신적인 컴퓨터 기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구글 글라스는 구글이 스마트폰에 사람의 손과 눈이 묶이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개발해 지난해 4월 최초 공개했습니다.
안경 창 일부에 정보가 투영돼 시야를 막지 않고 음성으로 검색과 카메라 촬영도 가능합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구글 글라스를 '2012년 최고의 혁신 제품'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구글 글라스는 올해 미국에서 시제품이 자원자 2천 명에게 보급됐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정식 제품이 시판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글 글라스는 손쉽게 눈앞의 광경을 촬영하고 정보를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커피숍과 영화관, 카지노가 이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을 막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