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의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위증 교사까지 하며 버티던 업자가 법의 심판을 받아 20년 만에 그 빚을 오롯이 갚게 됐다.
업자 A씨와 그에게 공사 자재를 납품하던 B씨가 악연을 맺은 건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1993년 7월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토지 1천31㎡를 담보로 B씨로부터 약 3개월간 2억4천400만원 상당의 물품을 받아 썼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에게 해당 토지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 등기를 해줬다.
이후 10년간 대금 정산은 이뤄지지 않았고 급기야 A씨는 2004년 6월 채무 소멸 시효가 지나자 B씨를 상대로 근저당권 설정 등기 말소 청구 소송을 제기, 승소했다.
B씨는 법정에서 "소멸 시효가 지난 직후 A씨가 토지를 경매해 대금을 변제받으라고 했다"며 "이는 여전히 빚을 갚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B씨의 회사 경리직원을 증인으로 내세웠지만 소용없었다.
A씨의 친구 C씨의 결정적인 증언 때문이었다.
C씨는 "A씨와 함께 B씨를 만난 자리에서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을 말소해 달라고만 부탁했지 토지를 경매해 납품대금을 챙기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며 A씨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다.
결국 서로 상충하는 증언 속에서 1심 재판부는 B씨의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법원까지 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B씨는 받아야 할 돈을 몽땅 날릴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A씨의 계략은 결국 들통이 나고 말았다.
A씨가 C씨에게 근저당권이 설정된 토지를 파는 조건으로 근저당권 설정 등기 말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위증을 교사한 사실을 드러난 것이다.
2007년이 돼서야 뒤늦게 위증교사와 위증으로 기소된 A씨와 C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억울함을 풀게 된 B씨는 즉각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재심 재판부 역시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심 판결을 맡은 청주지법 민사항소1부(이영욱 부장판사)는 29일 A씨가 근저당권 설정 등기의 말소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며 B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C씨의 증언이 위증으로 판명됨에 따라 당시 경리직원의 증언을 토대로 A씨가 채무의 소멸시효가 지난 사실을 알면서도 B씨에게 근저당권을 실행, 채권을 변제받으라고 말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의 발언은 채무 유지를 승인한 것이며 채무의 소멸시효에 따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청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