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런던 광장에 울려 퍼진 '딩동! 마녀가 죽었다'


구글에서 SBS뉴스 즐겨찾기 추가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딩동! 마녀가 죽었다" 마거릿 대처(87) 전 영국 총리의 장례식을 나흘 앞둔 13일(현지시간), 런던 트라팔가르 광장에는 수백 명이 모여 이렇게 외쳤다.

이들은 대처의 죽음을 기뻐하며 샴페인을 마시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국립미술관 앞에는 매부리코를 하고 손가방을 든 대처의 모형이 세워졌고 지나는 사람들이 "매기! 매기! 매기! 죽었다! 죽었다! 죽었다!"를 외쳤다.

고깔모자를 쓴 리처드 왓슨(45)은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며 "평생 단 한 번밖에 없는 기회"라고 말했다.

AP 통신 등 외신은 영국인들의 이런 반응은 대처에 대한 이들의 뿌리깊은 미움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국에서는 대처에 대한 인식이 대체로 긍정적인 경우가 많지만 정작 영국사회에서는 평가가 크게 나뉜다.

영국 경제를 살리고 포클랜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지도자로 존경하는 경우도 있지만, 노동자 계층에 대한 탄압을 일삼고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냉정한 평가도 만만치 않다.

특히 대처가 집권 시절 탄압했던 탄광 노동자와 축구팬들의 반감은 매우 강하다.

은퇴한 탄광 노동자 데이비드 더글라스는 대처가 죽었다는 소식에 "매우 기뻤다"며 "악마 한 명이 사라진 것"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는 "대처가 단지 시스템을 따른 것이라는 점은 알지만 그는 특히 더 분열을 조장한 인물이었다"고 꼬집었다.

광고
광고 영역

축구팬을 폭도로 몰았던 과거 때문에 축구팬들도 대처의 죽음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축구계에서는 애도하지 말자는 주장도 나왔다.

한 경찰관은 개인 트위터에 '대처가 죽을 때 고통스러웠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중들은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 삽입된 '딩동, 마녀가 죽었다'는 음원 구매운동을 일으켜 해당 음원을 순위권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처의 죽음을 비꼬는 이 음악을 음악프로그램에서 틀지 말지를 놓고 BBC가 골머리를 앓았고 결국 5초만 틀기로 했다.

죽은 사람에 대한 예의도 차리면서 언론의 자유도 존중하는 타협안을 찾은 것이다.

장례식을 국장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치른다는 것도 반감을 샀다.

스코틀랜드 출신 예술가 지그리트 홈우드(34)는 "대처의 죽음을 축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금 수백만 파운드가 장례식에 쓰이는 것은 반대"라고 주장했다.

17일 장례식에서 양극화를 심화한 대처리즘에 항의해 운구 행렬이 지나갈 때 등을 돌리자는 의견은 물론 생전에 대처가 추진했던 정책처럼 장례식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쪽에서는 대처를 기념하는 동상을 세우자는 등 애도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장례식 당일 시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대처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놓고 영국 사회는 홍역을 앓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