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원고 기조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국기업이 과거 엔고 기조에서 생존한 일본 기업의 비결을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이지홍 책임연구원은 19일 '엔고 시대의 일본기업이 주는 엔저·원고 시대의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엔저로 수익성이 개선된 일본기업과 우리 기업 간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 연구원은 "대부분 일본 기업은 엔고 기간 피나는 원가절감노력을 기울였지만, 한계가 있었다"며 "이럴 때일수록 제조역량의 내재화와 특유의 생산혁신을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들이 제시한 일본 기업의 엔고 생존법을 요약한 내용이다.
▲생산기술의 지속적 혁신 = 단순한 원가절감 대책을 넘어 차별화된 제조기술을 축적한 기업만이 엔고를 극복했다.
도요타는 각 공정에 부품을 필요한 만큼만 적시에 공급하는 JIT(Just in Time) 기법을 도입했다.
또 각종 부품의 금형 크기를 10~50% 줄여 설비투자 비용을 40% 절감했다.
숙련공의 노하우는 기계화했고 가공 정밀도를 올려 재료 낭비율을 20%에서 10%로 감축했다.
교세라는 가공공정과 설비뿐 아니라 재료 자체의 혁신을 꾀했다.
반도체 제조장비에 쓰이는 세라믹 히터의 품질을 높이고자 단기적 채산성 악화를 감수하고 기술진을 대거 투입해 불량 없는 생산공정을 만들어냈다.
▲글로벌 생산체제의 진화 = 외국 생산거점을 단순히 저임금 노동력 확보용도로 쓴 아이와(Aiwa) 같은 기업은 엔고를 이겨내지 못했다.
반면에 본사의 기술·자금과 현지의 창의력을 더해 생산기술력을 높인 기업은 살아남았다.
닛산은 태국에서 신흥국 중산층을 겨냥한 시장용 소형차 '마치'를 개발해 아시아 공략에 성공했다.
타이어 제조업체 브리지스톤은 현지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미국에선 내구성이 좋은 타이어, 중국에선 열악한 도로사정에 적합한 타이어를 개발했다.
엔고를 지렛대로 글로벌 인수·합병에 나서 기술력·영업기반을 강화하는 전략도 엔고 대응책으로 꼽힌다.
▲'온리 원(Only 1)'+'넘버 원(No.1)' 전략 = 독창적인 기술로 특화한 상품(온리 원)으로 엔고 파고를 극복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넘버 원' 전략 없이는 장담할 수 없다.
전자계산기, LCD TV 등에서 기술 우위를 보이던 샤프는 좋은 기술만 앞세우면 대중소비자가 따라올 것이란 공급자 중심 전략을 내세우다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후지필름은 필름시장 규모가 2000년대의 20분의 1로 축소된 상황에서도 필름 기술로 축적된 미립자 가공기술로 노화 억제 화장품을 만드는 등 헬스케어 시장의 강자로 떠올라 엔고를 극복했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처럼 제품의 본질적 개선을 이뤄내는 고부가가치화 전략도 엔고를 헤쳐나가는 전략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