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앞으로 천문학적인 보수를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에서는 3일 기업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가 결정하도록 하는 주민 발의안이 국민투표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제 스위스 기업 임원들은 주주들이 허락하는 한도의 급여만 받을 수 있다.
이 주민발의 법안은 스위스에 본사를 둔 외국 기업에도 적용된다.
이 법안은 또 기업 인수·합병이나 매각이 성사됐을 때와 임원이 퇴직할 때 지급되는 특별 보너스(이른바 '황금 낙하산')를 금지해 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지게 됐다.
경영진 보수 규정을 위반하면 최대 6년치 보수에 상당하는 벌금형과 징역 3년의 실형에 처할 수 있다.
유럽 CEO 보수 랭킹에서 스위스 기업 CEO들이 20위 안에 5명이나 들어 있을 정도로 스위스 기업 경영진의 보수는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들은 수천만 달러의 보수 외에 거액의 보너스와 퇴직금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기업 경영진의 급여는 2011년의 경우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금융기업들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5% 상승했다.
기업 실적은 부진해도 경영진의 보수는 오히려 증가하는 상황에 대한 스위스 국민들의 반감이 이번 국민투표를 통해 표출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 금융 위기의 여파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는 스위스에서조차 경영진의 천문학적인 보수에 대한 반감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면 직접적인 위기에 처해 있는 그리스, 스페인 등에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스위스에서 CEO 임금 제한을 원하는 민심이 확인되면서 유럽 전역에서 이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럽연합(EU)은 스위스 국민투표 결과에 즉각 환영의 뜻을 표하고 EU 차원에서 이 제도를 도입할 뜻을 밝혔다.
EU 역내시장ㆍ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실의 슈테판 데 링크 대변인은 기업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가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올해 말까지 법제화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부터 금융기관을 포함한 대기업의 경영진 임금 결정에 주주의 승인을 얻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스위스가 이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EU의 법제화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정부도 스위스의 결정을 보면서 이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슈테판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스위스의 제도는 검토할 가치가 있다.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는 우리 경제 체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경영진 임금 제한에 대한 EU 집행위원회의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 임원 보너스에 대한 규제는 이미 EU 차원에서 합의됐다.
유럽의회와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달 27일 은행 경영진의 상여금이 고정 연봉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관련 법안에 합의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유럽 은행 경영진의 상여금은 주주들 다수가 동의할 때만 고정 연봉의 2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영국이 이 법안에 반발하고 있지만 EU 회원국 다수가 동의하고 있으며 경영진 보수에 대한 반감이 유럽 전역에서 확산하고 있어 이런 추세를 되돌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브뤼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