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국정과제에서 권력기관 개혁 방안이 눈에 띄게 축소되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쇄신 의지가 퇴색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각종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내놓았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검찰 개혁이었다. 박 당선인은 자신의 공약집에 4페이지를 할애하며 세부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박 당선인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국민을 위한 검찰로 바르게 세우겠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검찰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아 부정부패가 척결되지 않고 있고, 정치적 영향을 받아 공정한 법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인수위가 21일 발표한 국정과제에는 단 한 페이지에 검찰 개혁방안이 실렸을 뿐이다.
그동안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고 판단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없애기로 한 것은 공약과 들어맞는다.
다만 연내에 간판을 내리는 중수부 대신 부정부패 수사의 공백을 막기 위해 대검에 일선 지검의 특수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부서를 두기로 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직접 수사를 하지 않을뿐 인지한 사건의 수사를 일선 지검의 특수부에 맡기면서 수사 범위와 방식 등을 지휘할 수 있어 '또다른 중수부' 논란이 있다.
또 중수부에서 해온 특수수사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대부분 맡을 것으로 보이지만 서울중앙지검이 수사를 '권력의 입맛'에 맞게 진행할 수 없도록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손도 대지 못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 축소', '현장수사 필요 사건 등 상당 부분 수사는 검찰의 직접 수사를 원칙적으로 배제', '수사와 기소의 분리 목표' 등의 공약은 아예 반영하지 못한 채 '추후 논의 과제'로 미뤘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형사소송법 개정이 2011년에 이뤄진 바 있고 검찰의 반발이 거셀 전망이어서 논의 재개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뿐만 아니라 대선캠프 정치쇄신특위에서 논의됐던 국세청이나 경찰청 개혁 방안도 국정과제에 담기지 않았다.
국세청의 경우 세무조사를 하는 데 있어 영장 없이 자료를 걷어가는 관행을 없애고,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는 등 투명하게 민주적 절차에 따라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경찰청도 '경찰대 순혈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순경 출신 일부를 경찰대에 편입시키는 등의 방안이 논의된 바 있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안전팀장은 2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검찰이나 경찰 수사가 부실해 특검이나 재수사를 통해 새로 밝혀진 게 얼마나 많았나. 국세청도 각종 커넥션으로 정권에 일방적으로 충성했다"며 "하지만 국정과제를 보니 굉장히 미흡하고 사실상 개혁 의지가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