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취임 후 첫 방문국으로 러시아를 선택한 것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전략을 겨냥한 행보라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22일 보도했다.
신문은 시 총서기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주석에 오른 뒤 내달 26∼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제5차 브릭스(BRICS) 정상회담 참석에 앞서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를 미국에 대한 견제구로 해석했다.
중국은 오바마 행정부의 이런 아시아 중시 전략을 중국 봉쇄론과 비슷한 개념으로 받아들인다. 힐러리 클린턴 전(前) 미 국무장관과는 달리 존 케리 국무장관이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유럽과 중동을 택하기는 했지만 집권 2기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 전략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시 총서기가 러시아를 중국의 최우선 외교 대상국으로 부각시켜 미국을 긴장시키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IHT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도 러시아를 첫 방문국으로 선택했던 전례가 있지만 시 총서기 역시 러시아를 가장 먼저 찾는 건 작금의 '얽힌' 미중 관계와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중국의 핵심이익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의 남중국해 분쟁, 일본과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갈등에서 미국이 반기를 들어왔고, 최근엔 미중 간에 해킹 다툼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시 총서기의 러시아 행(行)이 결정된 점에 주목했다.
진찬룽(金燦榮)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중국은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희망한다"며 무엇보다 일본과의 영토 갈등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 푸틴 대통령도 취임 후 미국을 가장 먼저 방문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웃인 벨라루스에 이어 중국을 방문국으로 선택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샀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에서 G8(주요 8개국) 정상회의에 초청받았지만 '조각(組閣)'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불참하고 나서 중국을 방문했다. 오바마 미 행정부가 러시아 야권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을 강화한 데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이 때문에 시 총서기의 이번 러시아 방문으로 '중국·러시아 대(對) 미국' 구도가 짜여 미국의 대외정책에 어려움이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IHT는 중국과 러시아 간 정상회담에선 묵은 과제인 가스 공급 협상 문제가 타결될 가능성이 있고 북한, 시리아, 이란 문제 등 주요 국제 이슈를 위한 '공조'가 확대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미국의 입지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신문은 미중 간의 이런 냉기류를 정상회담에서 해결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시 총서기가 이른 시기에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신문은 시 총서기가 국가주석에 오르면 오바마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오는 9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 이전에 대면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