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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돈 만원에 목숨을 건 길 위의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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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침 일찍 출근하는 길이었습니다. 채 6시도 안 된 시각이다 보니 밖은 어둑어둑했고, 버스에 탄 사람들도 대부분에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저도 피곤함에 눈을 감으려던 찰라, 우회전하던 버스가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잠이 완전히 달아났습니다. 폐지 손수레를 끌고 가시는 할머니가 차도를 떡하니 막고 유유히 가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사고가 날 뻔한 버스 기사분이 조심하라고 소리를 쳤지만, 할머니는 이런 일은 많이 경험해 봤다는 듯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손수레에 폐지를 싣고 차도로 다니는 노인분들은 평소에 많이 보아 왔었지만, 태연한 반응은 너무도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퇴근하는 길에 또 다른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중앙선을 따라 손수레를 끌고 가고 계시더군요. 너무 위험하다 싶었습니다. 인도쪽으로 모셔와서 물었습니다. 왜 위험하게 차도로 다니시느냐. 답변이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입에 풀칠하려면 여러번 폐지 날라야 되는데, 인도로 다니면 불편해서 안 돼. 그리고 어차피 나이도 든 거 차에 치어 죽으면 그런가보다 하는거지."

경찰청에 출입하는 선배께 부탁해 통계를 찾아봤습니다. 지난 해에만 길가다 교통사고를 당한 65세 이상 노인은 9,565명으로 전년보다 500명 이상 증가한 수치였습니다. 폐지 수집하다 사고를 당한 통계가 따로 나오지는 않는데, 현장에서 만난 교통 경찰관분들은 거의 대부분이 폐지를 실고 다니다가 사고가 난 경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사고 장소의 대부분은 차도나 이면도로라고 하더군요. 대책이 필요하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노인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봤더니 노인들 스스로 사고를 예방하게끔 하는 것은 쉽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하나같이 앞서 소개한 노인분 이야기처럼 "차도로 다녀도 사고는 나지 않는다. 그리고 사고 나도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스스로 안 되면 강제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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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게 물었습니다. 누가봐도 사고 위험이 큰데 차도로 못 다니게 단속해야 하는게 아니야. 하지만 경찰은 답변은 제 질문을 무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차도로 못 다니게 하면 당장 저분들 생계가 끊긴다. 하루벌어 근근이 연명하시는 분들의 목숨을 끊을 수는 없는거 아니냐. 저 분들 제대로 먹고 살도록 박 기자가 방법을 좀 찾아봐라."

이런 상황이다 보니 송파구청을 비롯한 일부 지자체와 경찰은 궁여지책으로 노인들에게 반사조끼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운전들이 알아서 피해가서 노인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이지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궁여지책, 차선책일 뿐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 분들이 거리로 나서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위험한 거리로 나가지 않더라도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예방법입니다. 누구나 아는 방법이지만, 문제는 역시 돈입니다. 계층별, 세대별 논의와 합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직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물론이거니와 각 지자체들이 논의대상인 노인이 관내에 몇 명이나 되는지 파악조차 못 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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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예산을 어디에 먼저 써야할 지는 항상 논쟁의 대상입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먼저 그 예산을 써달라고 이야기 하시는 분들 중에 어느 하나 급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고, 서로 논쟁하고 있는 사이에 거리에서 노인들이 다치고, 숨지고 있다는 사실은 먼저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네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숨지고 있다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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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경 기자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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