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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민참여재판, 누구한테 좋은가?

국민참여재판 확대가 가지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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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쓰고, 녹화를 마치고 올라가는데 지나던 동료 기자가 묻습니다. “야, 국민참여재판이 좋은 거냐?” 대답을 하려는데 그냥 그렇게 웃으며 지나갑니다. 애당초 대답에는 관심이 없었던 거지요. 법원에서 재판을 받아본 경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확실히 일상적인 경험은 아니지요. 그러니 국민참여재판이 확대되든 말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여겼을테죠.

국민참여재판이 좋냐고요? 결론부터 말하지요. 좋습니다. 누구한테 좋을까요? 법원에 좋고, 국민들에게도 좋습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랄까. 아, 물론 좋지 않은 사람들도 있긴 하네요. 재벌과 정치인 그리고 흉악범. 이 사람들에겐 국민참여재판이 확대되는 게 썩 달갑지 않을 겁니다. 이유를 한 번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선 국민참여재판이 뭔지부터 설명해야겠군요. 해방 이래 우리나라는 판사가 판결을 해왔습니다. 헌법상 신분과 독립이 보장되는 직업법관에 의해서만 소송이 진행되고 끝나지요. 일반인들은 재판을 구경할 수는 있지만, 재판에 관여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세계적인 추세는 일반 국민들을 재판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나라도 고민을 하기 시작했죠. 급기야 5년 전인 2008년 국민들이 재판 과정에 참여하는 제도를 도입합니다. 그걸 국민참여재판이라고 부르지요.

일반인들이 재판에 참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배심제와 참심제. 배심제는 헐리우드 영화나 미드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반인 배심원이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를 판단하는 제도지요. 판사는 배심원 평결을 꼭 따라야 합니다. 배심원은 재판 내내 판사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판단하고요. 판사는 양형에 대해서만 결정합니다. 영미법 국가인 미국, 영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영미법과 대륙법은 뭐가 다르냐 궁금하신 분들... 오늘은 그냥 넘어갑시다) 참심제는 일반인 참심원이 판사와 함께 재판을 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일반인이 판사와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재판을 하는 거죠. 참심원들은 판사와 같은 곳에 앉아서 재판을 합니다. 독일, 프랑스 등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제와 참심제를 조금씩 섞어놓은 제도인데요. 쉽게 말하면 ‘이도 저도 아닌’. 판사가 배심원 평결을 꼭 따를 필요는 없으니 배심제는 아니고, 판사와 동등한 권한을 가지지 않으니 참심제도 아닙니다. 배심원은 유무죄만 따지는데, 국민참여재판은 양형에 대해서도 판사와 토의합니다. 하지만 참심제처럼 표결로 양형을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의견만 밝힐 수 있지요. ‘이도 저도 아닌 제도’란 말뜻이 이해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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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단은 평결을 내린 후 판사에게 그 내용을 ‘권고’합니다. 권고는 강제력이 없습니다. 심하게 말해 판사가 안 받아들이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만장일치의 평결에 반하는 내용으로 판결을 내리려면 아무래도 좀 부담스럽겠죠? 그냥 그 정도 영향을 미치는 수준으로 만족하자는 것이 국민참여재판의 취지입니다. 60년 넘게 지속되어 온 제도를 단번에 싹 바꾸는 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본 거죠. 그렇게 2008년 도입해 5년 동안 시범 실시를 해 온 겁니다. 그리고 그동안의 성과를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괜찮았습니다.

그래서 대법원 산하 국민사법참여위원회는 국민참여재판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최종안을 의결했지요. 다음 달 공청회를 거쳐 대법원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니 아직 절차상으로 끝나진 않았습니다만, 별일이 없는 한 이대로 굳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사실상 이대로 결정됐다고 봐도 무방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어떻게 확대될까요? 뭐가 바뀌는 걸까요? 의미가 큰 것부터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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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의미가 큰 것은 국민참여재판이 더 빈번해지게 된 겁니다. 재판 당사자인 피고인이 원해야만 할 수 있던 것이 검사의 신청이나 법원 직권으로도 가능해졌거든요. 중형이 예상되는 흉악범이나, 남의 눈이 달갑지 않은 재벌, 자세한 속내는 밝히기 싫고 쇼만 하는 정치인들이 싫다고 해도 국민참여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법원은 정치적이고 정략적인 비판에서 전보다 자유로워 질 수 있으니 좋고, 국민들은 사건을 더 자세히 가까이 들여다보고 판사가 똑바로 하도록 압력을 넣을 수 있으니 좋은 겁니다. 중형을 피하려거나, 이래저래 꼼수를 쓰려는 사람들은 달갑지 않을테고요.

두 번째 의미는 배심원의 평결 효력이 전보다는 조금 세졌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저 ‘권고’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사실상 기속력을 가지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이것도 예전에 비해 세졌다는 이야기지 엄밀히 말하면 법적인 구속력은 없습니다. 일부 언론에 배심원 평결에 구속력이 생겼다고 설명이 되기도 합니다만 그건 사실과 다릅니다. 큰 문제가 없으면 평결을 존중하도록 한 것이지 여전히 평결과 달리 판결할 수 있거든요. 특히 양형에 대한 배심원 의견은 예전과 똑같이 권고일 뿐이고요. 다만 혹시 모를 배심원의 오판을 막기 위해 단순다수결이 아닌 3/4 이상 찬성해야만 평결이 이루어지도록 조건을 강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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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좌석 배치도 바뀌었습니다. 검사와 변호사가 나란히 법대를 보고 앉아서 배심원과 판사를 보며 재판을 진행하게 되었죠. 검사와 변호사가 똑같은 조건에서 재판을 하라는 말입니다. 예전보다 더 공정한 재판을 하기 위해서 말이죠.

국민사법참여위원회는 다음 달 18일 서울종합법원청사 대강당에서 공청회를 엽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두고 여러 의견을 수렴합니다. 그리고는 최종형태(안)을 확정지어 대법원장에게 보고하지요. 그럼 나중에 국회입법을 통해 법이 바뀌고 제도가 시행되는 겁니다. 복잡한 내용이 좀 이해가 되시나요? 국민참여재판을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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