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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매맞는 남편, 위자료는?

부인의 폭행이 이혼 사유가 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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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내에게 맞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물론 누가 누구를 때렸느냐가 절대 중요할 수 없습니다. 어느 경우라도 폭력은 안되니까요. 특히 그 대상이 가족 구성원이라면 더더욱 말이죠. 하지만 부인의 폭행이 이혼 사유가 되었다니.. 시대가 많이 변하긴 변했습니다. 매맞는 남편의 자세한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두 사람은 1997년 1월,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남편의 부친은 산부인과 의사였고, 어머니는 약사였던터라 비교적 편안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남편은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서 연구원으로 근무를 했고요. 그러던 중 부인을 소개받아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부인은 딸만 셋인 집안의 둘째였습니다. 건축학 석사출신으로 모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었던 재원이었습니다.

부인은 1999년쯤 첫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하지만 가정주부로 살면서도 언젠가는 다시 공부를 하고 일을 갖을 수 있을거라고 기대했습니다. 물론 기대가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둘째까지 낳아 기르면서 보니 말이죠. 공부를 할 수 없다는 억울함과 답답함, 남편에 대한 섭섭함 등이 쌓이게 되었죠. 결국 그 분노심은 남편을 향해 터져나왔습니다.(함께 출입하는 많은 여기자들이 여자분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고 안타까워 하더군요)

2010년부터 다툼이 시작됐습니다. 밤새도록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현관 복도, 아파트 계단..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싸웠습니다. 급기야는 부인이 남편을 때리기까지 했습니다. 얼굴을 할퀴는 것은 물론이고, 눈에 타박상도 자주 입혔습니다. 정도가 심해져 1년쯤 뒤에는 방바닥에 엎드려 쉬고 있던 남편의 머리를 피아노 의자로 내려치기도 했습니다. 남편의 병명은 '두피열상 및 뇌진탕'. 2011년 8월, 남편은 매맞고 산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퇴사 후 한달 쯤 지나고 남편은 집을 나갑니다. 그리고는 바로 이혼소송을 냈습니다. 이혼의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는 경우, 통상 위자료를 청구하는데 이 분은 그러지 않았더군요. 딱 두 가지만 바랐습니다. 첫째는 이혼, 둘째는 친권과 양육권을 부인에게.(어려운 말로는 이걸 '청구취지'라고 하는데요. 소송을 내면서 결론적인 부분을 적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원고의 청구취지가 두 가지였던 겁니다. 보통은 청구취지에 위자료도 함께 적습니다. 잘 모르시겠으면.. 패스하셔도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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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두 사람 사이의 혼인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것으로 보이고, 원고의 이혼의사가 강력한 점, 두 사람 모두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혼인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남편의 주장대로 이혼 사유가 된다. 이혼하라...는 말이죠.

하지만 법원은 친권, 양육권과 관련해 단서를 달았습니다. 직권으로 양육비와 면접교섭을 지정해 준 것입니다. 자녀 2명이 성인이 될 때까지, 남편이 1인당 월 50만원씩을 부인에게 양육비로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매월, 또 방학 때 정기적으로 아이들이 아버지를 만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이들 사정에 맞춰 스케줄은 조정할 수는 있지만 부인은 이 만남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단서도 달았죠.

재판부가 왜 친권, 양육권을 모두 부인에게 주었는지는 판결문에 자세히 기술하지 않았습니다. 이런저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고만 되어있더군요. 언뜻 보면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1분 30초의 짧은 기사에 내용을 다 담을 수 없었음을 이해해 주십시오) 기사가 나간 뒤 메일이 여러통 왔습니다. 내용을 보니 남편이 손해인 것 같은데 승소가 맞느냐? 위자료는 왜 없느냐? 왜 양육권을 어머니에게 주었느냐 등등. 질문에 대한 답은 위에 적은대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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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도 처음엔 사랑을 했었겠지요. 설레는 마음으로 전화기를 붙들고 잠을 청했을 것이고, 프로포즈의 감동에 웃음도 지었을 겁니다. 평범한 커플들처럼 결혼도 하고, 여행도 하고, 아이도 낳고, 가정도 꾸렸겠지요. 기사를 쓰는 내내 마음 속 상처에 괴로워하고 있을 두 아이가 그려졌습니다. 어린시절 상처가 꽤 오래 계속될 것인데..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 큰 어른들 헤어지는 거야.. 두 사람의 선택이라지만, 이런 상황을 그져 견뎌야 하는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나요.

며칠 전, 2년 만에 법조팀으로 복귀했습니다. 녹록지 않은 출입처여서 이어지는 술자리에, 새벽 출근, 한밤중 퇴근으로 한동안 또 힘들것 같습니다. 법조 복귀 첫 리포트으로 매맞는 남편 기사를 쓰고 있자니.. 내내 아내 생각이 나더군요. 곁에서 묵묵히 견뎌주는 아내에게 좀 더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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