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대피해" 새내기 후배 둘 피신시키고 자신은…

'후배 챙기고 배려심 깊은' 김형성 소방장 '안타까운 죽음'
일산소방서 동료들, 이틀새 2명 숨진 잇단 비보에 '침통'


구글에서 SBS뉴스 즐겨찾기 추가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2012년 마지막 날, 화재 진압에 나선 소방관 1명이 또 화마에 희생을 당했다.

'배려심 깊은' 선배 예우를 받는 이 소방관은 이날도 임용 한달이 채 안된 후배 2명을 대피시킨 뒤 붕괴된 천장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일산소방서 소속 김형성(43) 소방장.

그는 이날 오전 10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구산동의 문구류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

공장 내부로 진입한 뒤 불길 한가운데에 서 위급한 상황을 직감했다.

공장은 유성매직·사인펜 등의 필기구를 전문으로 제조하는 업체라 내부에는 잉크 등 인화성 물질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화염과 시커먼 연기로 눈앞이 뿌얘졌다.

"대피하라" 김 소방장은 현장에 함께 있던 두 후배 소방관에게 소리쳤다.

그들은 지난 12월3일 임용돼 일산소방서에서 첫 근무를 시작한 새내기였다.

그들이 빠져나간 뒤 샌드위치 패널로 된 가건물 2층 바닥이 삽시간에 무너져 내렸다.

광고
광고 영역

그리고 김 소방장은 더 이상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일선 진압 현장을 20년 누빈 베테랑인 그였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그만 생명의 끈을 놓치고 말았다.

김 소방장의 시신은 화재 발생 7시간여 만에야 발견됐다.

동료 소방관들이 굴착기까지 동원해 최선을 다했지만 건물의 H빔이 엿가락 처럼 휘고 건물이 폭삭 주저앉아 실종 지점을 파악하고 잔해를 치우느라 쉽사리 진입하지 못했다.

김 소방장의 날카로운 현장 판단에 화를 면한 후배 2명은 팔 부위 등에 각각 1, 2도 화상을 입었다.

김 소방장은 1992년 9월30일 첫 소방관 생활을 시작했다.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1남1녀와 살았다.

일산소방서 이필균 예방과장은 "평소에도 늘 후배들을 챙기고 배려심 깊은 직원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소방장을 포함, 올 한해 화재 진압 중 순직한 소방관은 8명에 달한다.

지난 17일 김 소방장과 같은 소방서 소속인 의무소방대원 김상민(22) 일방이 화재 진압을 하다가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김 일방은 불과 이틀 전인 29일 숨을 거뒀다.

일산소방서 소방관들은 김 소방장의 비보까지 전해지자 침통해했다.

지난 11월에는 인천 물류공장 화재 진압에 투입된 소방관이 현장에서 숨졌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남양주시에서는 소방관이 유독가스에 질식, 순직했다.

(고양=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