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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원순 시장과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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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서울시를 출입한 지도 2년 가까이 됩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돌아보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오세훈 전 시장의 무상급식 투표와 박원순 시장의 취임,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박 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복지정책 강화, 신청사 개청 등 다사다난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에 남는 사건은 따로 있었습니다. 서울시를 떠나기에 앞서, 박 시장이 조금 더 좋은 행정을 펼쳐주기 바라는 소망을 담아 그 일화를 소개할까 합니다.

지난 9월 말 어느 날이었습니다. 국방부를 출입하는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박원순 시장 연락처 좀 알려줘. 오는 토요일이 ‘서울수복기념일’인데, 시장이 참석하는지 좀 알아보게. 지난해까진 시장이 참석하거나 시장이 안 되면 부시장 혹은 비상기획관이 참석했거든.” 전 시장 연락처 대신 서울시 대변인 연락처를 알려줬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선배가 쓴 기사가 저희 회사 홈페이지에 올라왔습니다.

(김태훈 기자 취재파일 '서울시' 없는 '서울 수복 기념식')

https://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407206

김태훈 기자는 이 기사를 통해 ‘서울시 수복행사에 박원순 시장은 물론 서울시 실·국장 누구도 참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기자로서 충분히 가질 수 있는 비판의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제가 눈여겨봤던 것은 기사의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박원순 시장이 이 기사에 대응한 방식에 눈길이 갔습니다. 이 기사를 본 박 시장은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서울 수복행사에 서울시장이 참석한 적은 없다. 기자가 사실을 잘 모르고 쓴 거다. 기자가 사과를 안 하면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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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에 대한 반박을 ‘SNS’로 한 박원순 시장

과연, 누구의 말이 맞았을까요? 사실은 무엇이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박 시장이 틀렸습니다. ‘서울수복기념식에 역대 시장 아무도 참석 안 했다’라는 박 시장의 주장과는 달리, 지난 2005년 55주년 기념식엔 당시 이명박 시장이 참석했습니다, 또, 2006~2008년까지는 모두 오세훈 전 시장이 참석했습니다. 2009년에는 전국적으로 퍼진 ‘신종 플루’로 많은 정부 행사가 축소·취소돼 오세훈 시장이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듬해인 2010년 9월 28일에는 서울수복 60주년, 건군 60주년 합동 기념식으로 격상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했습니다. 나중에 사실관계를 파악한 박 시장은, 자신이 잘못 알았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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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 못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이라고 모든 걸 알 수는 없을 테니까요.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잘못된 정보를 시장에게 보고한 담당 부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시장이 바쁘거나 더 중요한 일정이 있으면 행사에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문제는 박 시장이 자신의 주장을 ‘트위터’를 통해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기자가 잘못된 기사를 썼다면 서울시 언론과를 통해 해명자료를 내고,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박 시장은 이런 공식적인 절차 대신 개인 트위터에 자신의 주장을 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SNS의 약점은 역설적으로 ‘대중성의 부족’에 있다

이 문제를 접하며, 전 파워 트위터리언으로 잘 알려진 박경철 씨의 주장을 떠올렸습니다. “SNS의 약점은 역설적으로 ‘대중성의 부족’에 있다. 기본적으로 SNS는 온라인상의 친분이 우선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나에게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만 반응한다. 때문에 SNS 상에서 나의 견해는 늘 옳은 것처럼 보인다. 관계를 맺지 않은 대중들이 모두 자유롭게 반응하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집중적이고 확산성이 강한 SNS는 정작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동종교배가 일어날 수 있는 폐쇄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SNS에서 오가는 담론은 서로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통되며 소비되며, 한 가지 견해를 두고 모두가 옳다고 착각하는 ‘무오류성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박경철 씨의 주장은 한마디로 이런 겁니다. "SNS에서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은 대체로 나와 비슷한 생각이 있다. 따라서, SNS에 글을 올리면 대부분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그러면 나는 그 생각이 옳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이 주장에 근거해서 보면 이런 과정이 도출됩니다. ‘박 시장의 팔로워의 상당수는 박 시장에게 호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박 시장이 이들에게 자기주장을 얘기하면, “그래, 맞아!” 이런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온다. 그리고 그건 하나의 여론이 된다.’ 즉, SNS가 자기 주장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것입니다. 더 냉정하게 말씀드리자면, 박 시장이 자신의 팬들에게 가서 “김태훈 기자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나 때렸어.” 이렇게 일러바친 것입니다. 그리고 박 시장을 따르는 팔로워들은 박 시장의 말만 믿고, ’사실 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기자가 박 시장을 모함했다‘는 여론을 만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트위트리안을 ‘자기도취’에 빠지게 하는 SNS

지난 1년 동안 출입기자로서 곁에서 지켜본 박 시장은 ‘소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열린 시장’이었습니다. 그 어느 행정가보다 많은 토론회와 회의, 설명회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또 직접 자신의 뜻을 전달합니다. 실제로 뉴타운에서 쪽방촌, 야구장, 지하철역, 도서관까지 박 시장은 늘 현장에서 소통하려고 노력합니다. 아마 변호사,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며 몸에 밴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박 시장의 이런 모습을 두고,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박 시장을 ‘순교자적 멘토’라고까지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박 시장의 그런 소통을 향한 열정과 진정성을 높게 평가합니다.

박 시장은 아마 ‘SNS’도, 그런 소통의 도구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박 시장은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SNS에 참 많은 글을 남깁니다. 그 글은 박 시장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퍼져 나가고 또 퍼져 나갑니다.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주고받는 이야기, 생각만 해도 화기애애합니다. 그곳에서의 얘기는 언론과 여론의 비판과 질타를 잠시나마 잊게 해줄 수는 있습니다. 어쩌면 박 시장은 그런 과정을 통해 심적 위안을 얻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가지는 장점만큼,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 생각해 볼 수 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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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가이자 ‘트윗119’를 운영 중인 ‘참개인가치연대’ 박경귀 대표의 얘기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트위터 활동 대부분을 리트윗이 차지하면서 특정 개인의 의견이 재생산되는 경향이 크다. 이렇게 트윗 소재가 단편화되면 인식의 편식 현상을 불러오고, 결국 파워 트위트리안을 자기 도취에 빠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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