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 중 누가 내년 1월 20일 대통령에 취임하더라도 자신 만큼이나 중요한 인물을 하나 더 뽑아야 한다.
미국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는 역할에서 대통령과 함께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바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다.
벤 버냉키 현 의장 임기는 대통령 취임 1년 뒤인 2014년 1월31일 끝나지만 과거 질질 끄는 것으로 악명 높은 상원의 인준 절차 등을 고려하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미국 유력 일간신문 워싱턴 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수성에 성공했을 경우와 롬니 후보가 백악관 탈환에 성공했을 경우를 가정해 연준 의장 하마평을 실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해 2기 행정부를 꾸린다면 연준 차기 의장으로 버냉키 현 의장과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거론된다.
버냉키는 안전하고 쉬운 선택이다.
금융 위기 이후 연준의 방향타를 잡아 능력을 검증받은 상태다.
애초 조지 W.부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았으나 오바마 대통령이 2010년 두 번째 임기를 보장했다.
버냉키의 지인들은 그가 가장 중압감에 시달리는 자리에서 오랫동안 봉사한 만큼 물러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고 프린스턴대 교수였던 자신도 강단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열망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세 번째 4년 임기가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서머스는 재무장관과 국가경제회의(NEC) 의장을 지내 이론상으로는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학자 출신으로 자기 고집이 확고해 자신을 연준 스타일에 맞추고 개성 강한 연방은행 총재들을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느냐는 의구심을 일으킨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에도 적이 많아 상원 인준을 받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옐런은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를 6년이나 지냈고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부의장으로 임명되는 등 무엇보다 이 조직에 정통하다.
'비둘기파'의 대표로 인플레이션보다 고용에 관심을 두고 있어 시장을 불안하게 할 공산도 있고 공화당이 싫어할 수도 있다.
퍼거슨은 앨런 그린스펀 의장 밑에서 7년간 부의장을 지냈다.
가이트너는 대선이 끝나면 자리를 내놓겠다고 공언했지만 버냉키가 임기를 다할 때까지 돈을 좀 벌거나 더 편한 일을 하다가 다시 오바마 대통령의 부름을 받을 수 있다.
롬니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버냉키 의장을 4년간 더 쓰지 않겠다고 공언했고 연준이 경기 부양책을 쓰려 할 때 "미국 경제는 인위적이고 비효율적인 조처가 필요 없다"고 단언한 상태다.
"우리는 부를 창출해야지 돈을 찍어내선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임 롬니 행정부의 연준 의장 후보로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글렌 허버드 전 NEC 의장이 가장 강력하게 거론된다.
테일러는 통화 정책 전문가로 부시 행정부에서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을 맡았다.
연준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이 개별 국가가 처한 경제 상황에서 단기 기준금리를 분석·책정하는 가늠자가 되는 '테일러 룰'을 개발했다.
최근 유동성 확대 등 금융을 통한 경기 진작책을 쓰는 버냉키 의장의 연준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어 그가 연준의 방향타를 잡는다면 연준호(號)의 항로가 180도 선회할 것이 분명하다.
허버드는 2008년 및 올해 대선에서 꾸준히 롬니 후보를 돕고 있으며 부시 행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다.
2001년 및 2003년 단행된 '부시 감세안'의 설계자이기도 하다.
버냉키 평가는 테일러보다 더 신중하고 심지어 그를 편들기도 한다.
따라서 롬니 신임 대통령이 돈줄을 더 옥죄고자 한다면 테일러가 낫고 더 두고 보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허버드가 안전하다고 WP는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회복자문위원이면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을 지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부시 대통령 CEA 의장으로 롬니 후보를 수년간 자문한 그레그 맨키우 하버드대 경영학과장, 또 버냉키 의장의 동료이기도 했던 케빈 와시 전 연준 이사 등도 물망에 오른다.
WP는 롬니 후보가 베인 캐피털을 운영한 경력이 있고 여러 사업 분야 경영진과 교류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제3의 인물'이 다른 경제 분야 요직은 물론 연준 의장에 전격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고 점쳤다.
이 가상의 인물을 '미스터리 CEO'라고 WP는 표현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