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확산보다는 동맹을 선택했다"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대폭 연장과 무인항공기(UAV) 탑재 중량 증대 등을 골자로 하는 한미간 미사일지침 협상이 타결된 데 대해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결단'을 강조했다.
애초부터 미국 정부는 한국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면서도 단순히 사거리 연장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미사일 기술의 국제 비확산 체제'와 직결된 사안으로 인식한 것이다.
또 동북아시아의 군사˙안보와도 관련이 있어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에 미칠 영향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게다가 한국 정부가 '남북한 사이의 미사일 능력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할 때마다 '미사일에 미사일로 대응하면 안된다'는 대응논리를 견지해온 미국 정부였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대책이라면 꼭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아닌 다른 '안보적 보완조치'로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는 미국의 원칙으로 인해 사거리 연장협상은 한동안 진척을 보지 못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임기말인 올해 들어서는 미국 정부가 미사일 사거리 협상 등 한미 안보현안을 둘러싼 협의에 있어 "대통령 선거의 해인만큼 세밀한 협의가 어렵다"며 소극적으로 임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미사일 사거리 연장만은 반드시 해결하자는 자세로 나온 것이 미국을 고민스럽게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도 우리 입장이 합리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곧 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배수진을 친 것으로 인식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정이나 쇠고기 시장 개방 등에서 미국은 "한미 관계가 더이상 좋을 수 없다"며 만족해왔다.
이에 따라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미사일 사거리 연장 타결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말들이 돌고 있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한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이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적 결단에는 나름의 대가가 수반돼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한국 국방부 등이 적극적으로 부정하고 있지만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 한국이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는 방안이 '대가'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달 하순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이미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프랭크 로즈 국무부 부차관보는 독일에서 연설을 통해 "한국·호주와 탄도미사일방어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캐슬린 힉스 국방부 정책담당 수석 부차관은 지난달 24일 MD에 대한 한국의 기여 방안과 관련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굳이 미사일을 사용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레이더망을 통해 기여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주도의 MD와 관련해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로는 한국군의 패트리엇·이지스함 등 미국 미사일방어 체제 통합 가속화, 미국 레이더 기지의 한국 배치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한국 국방부 등은 이른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는 미국 주도의 MD 시스템과는 확연하게 다른 체계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문제는 워낙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이기에 한미 양국이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대통령 선거 이후 출범할 한미 양국의 신정부가 다룰 사안이 될 수밖에 없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