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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한글 창제 비밀리에 추진"

정윤재-한중연 교수 연구논문…"세종대왕, 한글 토대로 지식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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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는 한글 창제를 둘러싼 살인 사건을 소재로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막으려는 '밀본'이라는 가상의 비밀 조직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그려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세종대왕은 한글 창제 당시 학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교수는 세종대왕이 대체로 재위 14년 이후에 훈민정음의 창제를 결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는 비밀리에 그러나 집요하게 추진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9일 한중연 세종리더십연구소 주최로 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제4회 세종학학술회의에서 발표하는 연구논문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발간의 정치과정 분석'에서 한글 창제 전후의 정치 배경을 살펴봤다.

정 교수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와 반포는 내외의 견제와 반대 속에서 끈질기게 추진되었던 집요한 정치적 기획"이었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세종대왕은 재위 26년 12월에 한글 창제를 완료했다.

그러나 실록에는 구체적인 일자가 없고 막연하게 '시월'(是月)이라고만 적혀 있었으며 관련 기사도 12월 기사의 맨 끝에 붙여놓았다.

세종대왕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한글의 창제 시기가 정작 실록에는 제대로 기록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정 교수는 "그 정확한 일자나 전후 배경이 실록에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다는 것을 단순한 실수나 착오로 보기 어렵다"면서 "세종대왕의 의도적인 숨김일 수도 있고, 당시 글쓰기의 권력을 쥐고 활동했던 사관들의 공개되지 않은 의도가 그대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한글이 세종대왕의 작품이라는 사실도 세종대왕의 둘째 아들인 수양대군이 왕으로 등극한 후에야 공식적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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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는 또 세종대왕이 최만리 등 한글 창제를 격렬하게 반대했던 신하들에 대해 "설득과 배제의 전술"을 선택적으로 활용해 소모적인 국가 논쟁을 사전에 차단했다고 분석했다.

세종대왕은 한글 창제에 반대한 신하 중 임금과 생각은 달리해도 선비로서의 기본자세를 잃지 않았던 최만리에게는 하룻밤 구류 처분을 내렸고 정창손, 김문 등에게는 파면 또는 벌금에 처했다.

정 교수는 "훈민정음의 반포나 훈민정음의 발간은 모두 평온한 가운데 준비된 것이 아니라 '권력몸체들' 사이의 긴장과 대립, 그리고 심각한 갈등이 공개적, 비공개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성취된 정치적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세종의 한글창제와 출판의 국가경영'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세종실록악보' '농사직설' '고려사' 등 15세기 간행된 각 분야의 책들을 통해 세종의 지식경영 리더십을 조명한다.

세종대왕 재위 당시 발간된 책은 무려 350여 종.

이는 조선시대 역대 왕들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이고, 정조를 제외한 나머지 왕들과 비교하면 10배에 이르는 규모다.

발간된 책의 분야도 정치, 경제, 문화, 종교, 역사, 과학 등 22개 분야에 이른다.

송혜진 숙명여대 교수는 '세종실록악보 간행의 문화사적 의의', 박현모 한중연 교수는 '치평요람 편찬과 세종의 지식경영', 전성호 한중연 교수는 '농사직설 편찬과 세종의 국가 경영 모델'을 살펴본다.

또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는 '고려사 편찬에 나타난 세종의 역사관과 지식경영', 이은희 건국대 한국기술사연구소 연구원은 '칠정산 내외편 출판과 세종시대 과학기술정책', 김슬옹 세종대 교수는 '세종식 한글 세계화 전략'을 주제로 발표한다.

한글 창제는 무엇보다 일반 평민이 당당한 '역사의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조 강연을 맡은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연구 논문 '지식국가 조선의 근대와 한글'에서 "일반 평민들에게 민족어는 지배층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는 문자적 통로가 마련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런 점에서 "훈민정음의 창제와 사용은 역사의 객체이면서 통치권력의 대상인 인민을 역사의 주체로 변조하는 가장 중요한 계기이자 인민을 통치권력의 중앙무대로 진입케 하는 수단이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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