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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새집증후군'에 시달리는 서울시 신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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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 서소문 별관에 있던 서울시 기자실이 서울광장 뒤에 있는 신청사로 이전했습니다. 예전보다 더 넓고 한결 깔끔해진 모습이었습니다. 좋아진 외형과 달리 생활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프고 목이 따끔거리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저만 그런가 싶어서 다른 기자들과 공무원에게도 물어보니, 다들 비슷한 증상을 느낀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신청사에서 오랜 시간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신청사 내 공기가 좋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지인으로부터 제보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서울시가 신청사 공기 질을 분석하고도, 이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사실일까? 취재 결과 이는 사실이었습니다. 서울시가 9월 초, 이미 시 산하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신청사의 공기 질 분석을 마친 상태였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그 결과가 포함된 내부 문건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시민이 이용하는 1층 ‘에코플라자’가 가장 위험

결과는 어땠을까요? 신청사 3곳에서 신경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유해물질 3종(톨루엔, 벤젠 에틸, 자일렌)이 검출됐습니다. 특히, 구관 3층에선 기준치의 3배가 넘는 자일렌이 나왔습니다. 이 물질은 새 가구나 접착제 등에서 나오는, 이른바 ‘새집증후군 유해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물질에 짧은 시간 노출될 경우, 눈이나 코, 목이 따갑고 두통이나 어지러운 증상을 보입니다. 만약, 장기간 노출되면 이 물질들이 신경에 있는 지방에 달라붙어 신경장애를 일으키고, 간에도 악영향을 끼쳐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시청을 자주 방문하는 시민이나 공무원은 고위험군에 속하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물질이 검출된 장소입니다. 이 유해 물질들은 2층 사무실과 3층 전시 공간, 1층 ‘에코플라자’에서 나왔습니다. 이 가운과 1층 ‘에코플라자’는 박원순 시장이 시민의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공간입니다. 결국, 시민의 건강이 직접적인 위협에 노출돼 있었던 것입니다.

서울시는 내용을 알고도 '묵살'

하지만, 서울시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 총무과에서 산하기관인 보건환경연구원에 공기 질 검사를 의뢰한 건 지난달(9월) 11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실험 결과는 다음 주인 월요일인 17일, 다시 총무과로 통보됐습니다. 총무과는 이 결과를 해당부처인 도시기반시설본부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해당 부서는 결과를 통보받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해당 부서에서는 애초 이런 검사를 실시한 사실이 없다고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해명을 듣기 위해 해당 부서를 찾아갔을 때까지 부서장은 이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신청사를 이용하는 시민과 공무원을 위한 대책은 당연히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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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서울시 신청사는 안전한가?

보도가 나가자 서울시는 언론에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내용인즉슨, 이번에 적용한 ‘검사 기준’이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사무실 공기 질 검사’에 필요한 검사를 시행했어야 하는데, 영화관이나 찜질방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기준을 적용했다는 것입니다. 또, 창문이 부족해 배기가 어렵다는 뉴스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전 취재과정에서 직접 실험을 수행했던 공무원에게 실험과정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실험했는지, 그리고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담당 공무원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실험은 약 일주일가량 진행됐다. 우리가 전문가이긴 하지만 밀려 있는 실험이 많아 시간 좀 지연됐다. 검사 기준은 새로 지은 사무실 건물에 맞는 정확한 규정이 없어서 가장 적합하고 가깝다고 판단되는 ‘다중이용시설 기준’을 적용했다. 그리고 어느 기준을 적용하든지 간에 유해물질이 나온 건 사실이니 빨리 조처를 해야 한다고 본다.”결국, 이런 결론이 나옵니다. 서울시가 담당 공무원의 설명을 충분히 듣지 않았거나 혹은 소위 자신을 전문가라고 얘기한 담당 공무원이 실험을 엉터리로 수행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관계를 떠나 해명자료를 내기 전에, 시민과 공무원의 건강을 위해 유해 물질부터 제거하겠다고 밝히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아울러 ‘신청사 내 배기시설도 충분하다.'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다른 견해를 제기했습니다. “서울시 신청사에 갖춰진 배기시설이 최상급이건 맞다. 하지만, 이 배기시설은 내부 공기 상태가 정상인 상태에 맞춰져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신청사에서 계속 공사가 진행되면 상식적으로 청사 내 유해 물질 충분히 제거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게다가, 신청사에는 열 수 있는 개방형 창문이 많지 않다. 환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입주 일정’을 잘못 잡은 것

그럼,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요? 결론은 매우 간단합니다. 공사를 미처 다 끝내기 전에 입주했기 때문입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이 입주 일정(스케줄링)을 잘못 조절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공사를 마치고 나쁜 공기를 충분히 빼낸 뒤 입주를 했어야 했는데, 공사가 채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입주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공사가 예정 기간보다 지연됐고, 남산별관 등에 있는 부처들의 사무실 사용 기간이 끝나 일정을 못 맞췄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사실을 시민과 근무하는 공무원에게 미리 알리고, 사전 조처를 해야 했지 않을까요? 최소한 ‘아직 공사 중인 만큼 임신부나 노약자는 주의하기 바랍니다.’ 혹은 더 나아가 마스크를 두는 정도의 성의는 보였어야지 않을까요? 이번 리포트를 통해 얘기하고 싶었던 방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더욱이 이번 사안이 박 시장이 줄곧 강조해온 시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임을 감안하면, 더 적극적으로 대처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원순 시장이 돌려주겠다는 시청이 이런 것이었나요?"

취재 과정에서 많은 서울시 공무원과 시민을 만나, 많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가진 생각이 지나치게 편협하거나 공격적이지 않을까 확인하는 차원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특히, 신청사에서 장시간 생활하는 공무원) 제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어느 시민은 이 얘기를 박원순 시장에게 꼭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박 시장이 평소에 시청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시민으로서 묻고 싶어요. 과연, 박 시장이 돌려주겠다는 시청이 이런 것이었는지?”

이번 취재 과정에서 강기윤 의원(새누리당), 신동천 교수(세브란스병원 환경공해연구소장), 송승영 교수(이화여대 건축공학과) 교수, 이영호 건축설계사, 정규식 교수(경북대 수의학과), 최성균 박사·박진규 박사(DIGIST) 외 다수의 서울시 공무원의 자문과 협조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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