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또래들의 노스페이스 점퍼를 빼앗은 청소년들 기억나시죠? 그때 검거된 20명 가운데 17명이 자퇴생이었는데 누군가가 아이들에게 관심을 뒀다면 그렇게까지 안됐을지도 몰라요."
학교폭력과 부적응, 우울증 등 다양한 이유로 고교에서 자퇴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야학을 운영하는 경찰관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소속 한정일(38) 경사.
지난 1월 서울시 성동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는 스쿨폴리스로 파견돼 4월부터 야학인 '꿈을 키우는 희망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희망교실은 매주 평일 오후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성동구 행당동에 있는 성동교육지원청 2층에서 운영된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국어, 영어, 수학, 국사, 과학, 사회 등 6개 과목을 일대일 개인과외 형식으로 가르치고 있다.
지난 4월 말 공부를 시작한 고교 자퇴생 1기생 10명 중 5명이 최근 졸업했고, 현재는 2기생 8명이 '열공' 중이다.
지난달 6일 시행된 고졸 검정고시에 5명이 응시해 3명이 합격했고, 2명은 일부 과목만 재시험을 보면 되는 부분합격하는 성과를 냈다.
한 경사가 야학을 시작하게 된 것은 평소 청소년 관련 부서에 있으면서 이른바 '문제학생'을 유심히 봐온 데 따른 것이다.
"스쿨폴리스를 해보니 자퇴생이 학교폭력에 가담하는 경우가 정말 많더라고요. 제도권 교육에서 벗어난 아이들을 다시 공부시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공부를 포기한 이들에게 다시 책을 펴게 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관내 학교로부터 자퇴생 명단을 받아 200여 명의 자퇴생과 부모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야학의 취지를 설명하고 수강생을 모았다.
건국대, 한양대 등 인근 대학에 이들을 가르칠 대학생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냈고, 성동구청으로부터는 수강생의 교재비와 교통비를 지원받았다.
막상 어렵게 야학을 시작한 자퇴생들을 꾸준히 공부하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학교에서 선생님을 폭행해 퇴학당하거나 또래 친구들과 싸우고 물건을 훔쳐 사법처리되고, 부모 이혼 등 가정문제에 따른 우울증으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사연이 있는 아이들이 한 경사를 쉽게 따를 리 없기 때문이다.
수업을 빼먹거나 중도포기하는 수강생이 많다 보니 그에겐 버릇이 생겼다.
수업시간이 다가오면 아이들과 문자를 주고받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교실 주변을 둘러본다.
한 경사는 24일 "힘들게 시작한 아이들이 여러 사정 때문에 포기할 때 가장 안타깝다"며 "최근에도 5개월 동안 꾸준히 공부했던 학생이 '여자친구가 임신해 돈을 벌어야 한다'며 그만둬 갑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정고시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뛸 듯이 기뻤다고 한다.
"시험 당일 점심때 초콜릿을 사 들고 가고 저녁에는 같이 답안을 맞춰보며 긴장하기도 했는데, 합격자 발표일에 아이들이 '○○점 받았어요'라며 보내온 합격문자를 봤을 땐 너무 힘이 났어요."
그는 "이런 프로그램은 누구라도 자기 시간만 약간 투자한다면 할 수 있다"며 "조금만 관심을 두면 학교 밖 뒷골목에 있는 한 아이의 앞길에 등불을 밝혀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