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잇장에 불과한 위조 채권에 서로 속고 속이는 사기판이 벌어졌습니다.
인천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위조 채권을 담보로 금품을 가로챈 혐의로 60살 박 모 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또 이들에게 가짜 채권을 넘긴 68살 이 모 씨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박 씨는 지난 6월 서울 종로구의 채권 암시장에서 거액의 미국 채권을 가진 것으로 소문난 이씨에게 접근했습니다.
이 씨는 채권 암거래 시장에서 '미국 유명 대학 교수 출신인 형에게 우리 돈으로 1조 8000억 원에 이르는 1000만 달러짜리 미국 골드채권 180장을 받은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미8군 소속 채권을 처리하는 채권 처리처장이라고 자신을 속인 박 씨는 "채권을 팔면 액면가의 3%인 540억 원을 주겠다"며 이 씨에게 채권을 넘겨받았습니다.
1935년 워싱턴은행이 발행한 진짜 미국 골드채권이라 믿은 박 씨는 채권을 담보로 사채업자에게 5000만 원을 빌리고 채권을 처리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미국 골드채권'은 금광 개발이 유행하던 1800년대에만 발행됐던 것으로 박씨가 이씨에게 받은 채권은 모두 위조된 가짜 채권이었습니다.
특수약품에 곰팡이까지 배양해 수십 년 된 것처럼 인위적으로 만든 겁니다.
애초부터 가짜를 가진 이 씨와 위조 채권을 진짜라 믿고 이 씨에게 접근한 박 씨가 서로 속고 속이는 사기를 벌이는 사이 사채업자만 5000만 원을 날렸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 채권을 음성적으로 거래하는 시장에서 유력 정치인들의 비자금이나 정치자금으로 오래된 외국 채권이 쓰인다는 소문이 떠돌아 이를 사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미국 국토안보부 수사국에 의뢰해 채권이 가짜임을 확인하고 이씨가 위조 채권을 취득하게 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