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경기후퇴에서 벗어난 이래 전반적인 회복세를 훨씬 웃도는 실적을 내놨던 기업들이 다시 실적 부진의 수렁에 빠져들 조짐이다.
세계 경제의 동향을 미리 보여주는 대표적 기업인 페덱스와 인텔은 세계 시장의 수요 부진 때문에 이번 분기에는 실적이 전 분기보다 악화됐을 것으로 예상한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미국 기업들과 전통적으로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 영국 명품업체 버버리 등 해외 기업들도 유사한 처지다.
뉴욕주 버펄로에 있는 가족 경영 기업으로 섬유산업용 절삭공구를 만드는 `이스트맨 머신'의 로버트 스티븐슨 최고 경영자(CEO)는 "외줄타기를 하는 느낌"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분기 순익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줄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의 실적 악화 요인은 다양하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고한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는 가운에 다수의 유럽 국가들도 경기후퇴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게다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나홀로 성장'을 구가했던 중국마저 최근에는 경기 부진의 뚜렷한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 정치권이 세금 인상과 재정지출 감축을 추진하는 등 대내적인 여건도 좋지 않다.
경기후퇴기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벌였던 기업들은 회복세로 접어든 이후에도 저비용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빠른 속도로 실적을 개선할 수 있었고 이는 증시에 그대로 반영됐다.
같은 기간 부동산을 비롯한 다른 자산들과 비교해 주식은 최대의 수익을 안겨준 투자처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차 양적완화'(QE3)를 발표한 지난주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2007년 12월 10일로 끝난 주 이후 가장 높은 13,593.37에서 한 주를 마감했다.
하지만 그동안 지속된 기업들의 실적 증가세는 이제 사이클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이던 해리스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년 동안 기업들이 보여준 실적 개선의 상당 부분은 경기 후퇴기의 실적이 워낙 나빴는데다 당시 공격적인 비용 절감에 나섰던 덕분"이라며 "그런 요소들이 반복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인한 대규모 감원사태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지만 실업률을 8%대에서 계속 유지시킬 다른 요인도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연준은 3차 양적완화 조치가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원이 되면서 실업률을 떨어뜨릴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이번 조치의 효과를 반신반의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고 실제로 다음날 발표된 지난 8월 미국의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2% 감소하며 2009년 3월 이래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는 것이다.
민간자문사 코퍼레이트이규제티브보드(CEB)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북미 지역 경영자들 가운데 향후 1년 내에 생산이 증가할 것이라는 대답이 2분기의 64%에서 크게 줄어든 50% 정도에 불과했으며, 같은 기간 고용을 늘리겠다는 답변도 2분기의 41%에서 34%로 떨어졌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