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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암매장범 7일 전부터 도박하다 '모의'

3명 모두 구속…'떠돌이 카지노 브로커들'
피해자 아버지, 현지서 현상금 내걸고 수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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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40대 한국인 재력가를 살해ㆍ암매장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13일 김모(34)씨 등 3명을 강도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체포되지 않은 공범이 있고 사안이 중하여 증거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정모(41)씨를 살해하기 일주일 전부터 만나 도박을 하다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정모(41)씨를 살해하기 7일 전인 지난 8월15일부터 19일까지 닷새 간 필리핀의 한 호텔에 함께 묵으며 카지노 도박을 하고 사흘 뒤인 22일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납치 차량 운전에서부터 정씨의 자택 침입, 정씨의 입을 막아 질식사시키기까지 일련의 범행을 역할별로 분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시신을 유기할 주택을 미리 임대한 것은 물론 범행이 들킬 가능성에 대비해 함께 묻을 시멘트도 차량 안에 준비해 놓는 등 치밀하게 계획했다.

붙잡힌 피의자 3명은 경찰 진술에서, 수사망을 피해 제3국으로 달아난 피의자 정모(32)씨에게 살해의 고의성이나 계획성을 떠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일정한 직업 없이 이곳저곳을 떠도는 도박꾼들로, 한국 도박 관광객을 현지 카지노업체에 소개해주는 '브로커' 역할이 유일한 돈벌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결과 이들은 각각 절도 등 수차례 범죄 경력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에서 "1~2명이 1억원 넘게 돈을 잃어 금품을 훔치려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이들이 도박에서 잃은 돈이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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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 일고 있는 채무ㆍ원한 관계 소문과 관련해선 아무런 단서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필리핀으로 출국해 피의자들을 붙잡아 온 경찰은 "필리핀은 체포영장 제도가 없는 데다 고소장이 있거나 현행범을 체포하는 게 아니면 사실상 범인을 잡기가 불가능한 나라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휴대전화 추적 끝에 수사망이 좁혀 들어오자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피의자 한 명이 한인 지역의 명망가를 찾아가 범행 사실을 자백하면서 수사의 매듭이 풀리기 시작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편 피해자의 아버지는 1990년대 초반까지 국내 카지노 업계를 이끈 유명 호텔카지노 사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버지 정씨는 아들이 행방불명되자 직접 필리핀으로 가 현지 경찰에 실종 신고하고, 교민 사회에 수십억 원대 현상금을 내걸고 수소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정씨의 시신은 부검에 이어 화장ㆍ장례 절차까지 모두 필리핀에서 마친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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