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 민주통합당내 '새누리당 정치공작 진상조사특위'가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새누리당 정준길 전 공보위원이 안철수 교수 측 금태섭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안 교수의 대선 불출마를 종용·협박했다는 의혹에 대한 새 증거가 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새 증거'는 다름 아닌 정 전 위원을 태웠다는 택시기사의 증언이었습니다.
◆ 택시기사 "친구 사이 대화 아니었다"
즉석에서 택시기사 이모 씨와 전화 통화가 이뤄졌습니다. 특위 소속 송호창 의원이 질문을 하고 이 씨가 답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전화기에 스피커를 연결해 통화 내용이 전부 들리게 했습니다. 당초 이 씨를 기자간담회에 참석시키려 했는데 이 씨가 개인 신상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아 전화 통화로 대신하기로 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먼저, 이 씨는 지난 9월 4일 오전에 성수동 쪽에서 건국대 쪽으로 가다가 손님 한명을 태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손님은 통화 중이었고 목적지는 말하지 않은 채 앞으로 쭉 가달라고 했다고 상기했습니다. 운전 도중 손님의 통화 내용을 듣게 됐고, '안철수 교수가 대선에 나오면 죽는다', '안 교수가 30대 여성과 만났던 사실과 뇌물 사건을 우리가 알고 있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도중에 고개를 돌려 손님의 얼굴을 확인했고 이틀 뒤 기자회견을 보다가 그 손님이 정준길 전 공보위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통화 도중 정 전 위원이 자신의 이름을 말했던 것 같다며 정 전 위원을 태웠던 게 확실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이 씨는 이어 정 전 위원이 '비리를 폭로하겠다' '나오면 죽는다'는 말을 쓰는 등 일상적인 대화가 아니었다면서 "친구간의 대화라고는 전혀 생각 안 했다"고 말했습니다. '친구 사이의 대화를 과장했다'는 정 전 위원과 새누리당의 주장을 반박한 셈입니다. 이 씨는 '저분이 어떤 분인데 저런 말을 할까'라고 생각했었다고 부연했습니다.
◆ "블랙박스 확보…확인할 예정"
이 씨는 당시 상황을 보다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정 전 위원을 건국대 입구역 근처에서 태워 광진경찰서 근처에서 내려줬고, 운행 기록을 확인해 보니 오전 7시 40분대에 승차해 52분에 내린 기록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차량 내부를 촬영한 블랙박스를 확보했다면서 전문가들과 확인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블랙박스 확보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선 "차량을 교대로 운전하는 데다, 블랙박스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이 씨는 또 "9월 7일 아침에 라디오를 듣다가 정준길 전 위원이 직접 운전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분명히 이 씨 자신의 차에 탔는데 어떻게 정 전 위원이 운전하나, 이건 아니다 싶어 언론사에 제보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민주통합당도 이 씨와 함께 블랙박스를 확인해 보겠다며 정 전 위원을 압박했습니다.
◆ 정준길 "착각한 것 같다"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있었다고 주장해 온 정준길 전 위원은 한발 물러섰습니다. 정 전 위원이 "택시기사 이 씨가 거짓말쟁이가 아니고 그의 말이 맞다면 내가 착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새누리당 관계자가 전했습니다. 이어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엉겁결에 승용차를 몰고 출근했다고 말했다"는 말도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사실상 택시에서 금태섭 변호사와 통화한 사실을 시인한 것입니다.
정 전 위원은 그러나 협박 논란에 대해선 여전히 '친구 사이의 대화로 협박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택시기사의 증언으로 '안철수 불출마 협박' 논란의 전초전격인 '택시 탑승 여부'에 대해선 어느정도 승패가 가려진 것 같습니다. 사실 택시를 탔느냐의 여부는 논란의 핵심인 '친구사이의 대화냐' '협박이냐'를 판단하는데 크게 관련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 전 위원의 주장이 이전보다 설득력을 잃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