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에서 흉기로 승객들을 위협해 돈을 빼앗고 난동을 부린 강도를 운전기사와 승객들이 힘을 합쳐 제압해 더 큰 피해를 막았다.
강도는 이에 앞서 편의점에 흉기를 들고 들어갔다가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는데 경찰이 몸에 숨긴 흉기를 발견하지 못하고 버스에 태워준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 김해중부경찰서는 5일 이 모(46·고물상업·대구 동구) 씨에 대해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씨는 지난 4일 오후 7시 40분께 밀양에서 부산으로 가는 시외버스에서 흉기로 승객들을 위협, 돈을 빼앗고 승객을 인질로 잡는 등 난동을 부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던 중에 김해시 상동면 감노리의 신대구고속도로상에서 갑자기 흉기 두자루를 꺼내 운전기사 김 모 씨를 위협, 버스를 갓길에 세웠다.
이씨는 승객 20여명을 한사람씩 차례로 불러내 주머니 등을 뒤져 현금 11만 원을 빼앗았다.
이씨는 이어 승객 3명을 인질로 붙잡고 운전기사를 위협해 "같이 죽자, 수원으로 가자"며 버스를 출발시켰다.
그 순간 버스 밖에 있던 승객들이 출입문을 세게 두드렸고, 운전기사 김 씨는 출입문을 열어 이 씨의 시선을 돌렸다.
흉기를 든 이 씨가 출입문 쪽으로 고개를 돌린 틈에 김 씨는 이 씨를 차밖으로 밀쳤다.
이 씨는 차 밖으로 튕겨 나가 바닥에 내동댕이쳐 졌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운전기사 김씨와 승객 3~4명이 함께 몸을 날렸다.
이들은 이 씨의 양손에 든 흉기를 빼앗은 뒤 격투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운전기사 김 씨는 두피가 4cm 가량 찢어졌고, 승객 김 모(33) 씨 등 2명은 어깨가 탈골되고 찰과상을 입는 등 부상했다.
이 씨는 온 힘을 다한 운전기사와 승객들의 반격에 결국 저항을 포기하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미 기진맥진한 범인을 손쉽게 체포했다.
20분간의 난동이 끝난 뒤 운전기사 김 씨는 다시 승객들을 버스에 태워 목적지인 부산으로 출발했다.
운전기사 김 씨와 승객 등 3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그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 했다"고 말하는 등 계속 횡설수설했다.
경찰은 이 씨가 두차례 정신병원에서 치료받은 전력이 있는 사실을 확인, 정신감정을 의뢰하기로 했다.
이씨는 이에 앞서 이날 오후 6시20분께 술에 취한 채 밀양시 가곡동 한 편의점에 흉기 두 자루를 손에 쥔 채 들어가 "소주 한병을 달라"고 요구했다.
겁을 먹은 종업원이 소주를 내줬고 때마침 편의점 앞을 지나던 행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이 씨를 인근 지구대로 데려가 흉기를 압수한 뒤 손에 난 상처를 치료해 줬다.
경찰은 편의점 종업원이 아무 피해를 당하지 않은 점을 고려, 간단한 조사를 한 뒤 이 씨를 주거지인 부산으로 보내기 위해 시외버스에 태워 보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 씨는 압수된 것 말고도 흉기를 더 숨기고 있었으나 경찰은 몸수색을 하지 않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이 몸수색만 제대로 했어도 난동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 측은 이 씨가 소지한 흉기를 압수했지만 추가로 정밀 수색을 못했다고 시인했다.
경찰은 이 씨가 2차례 정신병원 치료 경력이 있는 것을 확인, 정신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김해중부경찰서 이경곤 형사과장은 "위험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용기있게 대처한 버스기사와 승객들에게 표창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