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차원의 대북 수해지원이 분배계획서를 둘러싼 정부와의 신경전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4일 통일부와 대북지원 민간단체 등에 따르면 월드비전은 당초 이날 대북 수해지원용으로 밀가루 500t을 개성에 보낼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달 28일께 통일부에 밀가루 반출 신청을 냈다.
그러나 통일부는 "분배계획서 서류가 제출되지 않았다"면서 이날까지 반출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분배계획서는 남측의 지원물품에 대해 북측이 `어디 지역에, 얼마 만큼의 물품을 분배하겠다'는 일종의 약속 문서다.
지원한 밀가루를 필요한 수재민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이른바 분배투명성 제고를 위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밀가루는 전용 가능성이 있어서 분배계획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월드비전 측은 "수해지원에서 일반구호처럼 분배계획서를 요구하면 긴급구호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면서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전 분배계획서를 받지 못해도 북측이 수해현장 방문(현장 모니터링)을 보장한다고 밝힌 만큼 어느 정도의 분배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월드비전은 발주만 하면 3일 내로 밀가루를 조달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완료했지만, 분배계획서 문제로 반출 승인이 지연되자 북측에 대한 지원 시기를 오는 11일께로 일단 연기했다.
분배계획서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민간단체의 대북 수해지원은 상당히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구호와 마찬가지로 북측과 추가 협의를 통해 분배계획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분배계획서를 둘러싼 논란은 국내 51개 대북 인도지원단체의 협의체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의 수해지원 과정에서도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민협은 소속 단체인 월드비전과 별도로 1천t의 밀가루로 오는 11일께 북측에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