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비동맹정상회의 첫날, 인상 찌푸린 이란

유엔총장·이집트 대통령 강경발언에 '허탈'
정상회의 내일 폐막…소기 성과 거둘지 주목


구글에서 SBS뉴스 즐겨찾기 추가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이란이 야심 차게 준비해 온 비동맹운동 정상회의 첫날부터 인상을 찌푸려야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대를 무릅쓰고 테헤란을 찾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회의 석상에서 이스라엘을 옹호하며 간접적으로 이란을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반 총장은 30일(현지시간) 연설에서 이란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나치의 유태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을 부정하고 이스라엘의 존재를 위협하는 국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나라를 파괴하겠다는 위협이나 홀로코스트와 같은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시도를 강력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과 같은 다른 유엔 회원국이 존재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하거나 인종차별적인 표현으로 이스라엘을 언급하는 것은 우리가 모두 존중하기로 약속한 근본 원칙을 해치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며 이스라엘을 제거해야 할 '악성 종양'으로 묘사했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비동맹운동 120개 회원국의 정상급 대표들 앞에서 묵묵히 앉아 반 총장의 연설을 들어야만 했다.

또 다른 중요한 '손님'인 이집트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역시 이란이 지지하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시리아 정권을 `압제 정권'으로 규정하며 짐짓 각을 세웠다.

무르시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정통성을 상실한 압제 정권에 저항하는 시리아 국민의 투쟁에 연대하는 것이 우리의 도덕적인 의무"라면서 "자유와 정의를 바라는 시리아 국민과 민주적인 권력 이양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무르시가 아사드 정권을 강도 높게 비난하자 왈리드 알 무알렘 외무장관을 비롯한 시리아 대표단이 연설 도중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국 핵개발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키고 미국의 대이란 고립 외교의 실패를 입증하고자 성공적인 회의를 위해 만전을 기한 이란으로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광고
광고 영역

특히 반 총장과 무르시 대통령의 회의 참석으로 미국의 대이란 고립 외교가 실패했다며 의기양양했던 이란으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꼴이다.

반면 두 정상급 인사의 이란 방문으로 얼굴을 찌푸렸던 미국과 이스라엘로서는 우려가 결국 안도와 기쁨으로 귀결된 셈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날 성명으로 테헤란에서 열린 비동맹운동 정상회의를 강도 높게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이집트는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 이란을 포함한 중동 역내 강국의 4자 회담을 제안하는 등 중립 외교를 표방하고 있다.

반 총장은 역시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이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단합된 지지가 필요하다며 비동맹회의 의장국 이란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전날 이란 지도부와 연쇄 회동에서도 "이란은 시리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상회의 첫날부터 체면을 구긴 이란이 3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회의에서 애초 의도했던 소기의 성과를 얼마나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두바이=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