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식당 등 여러 장소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상품권을 액면 가격보다 25%~30% 할인해서 판매한다면 누구나 솔깃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간단한 계산으로도 그렇게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을 사서 상품권 할인 판매업소에 되판다면 짭짤한 투자라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품권 할인 판매업소에서는 보통 액면가의 5%~6%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을 매입하기 때문입니다. 대형 업체나 중소형 업체 가릴 것 없이 소셜커머스에서 상품권 할인 판매 행사만 하면 구매자가 끊이질 않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독이 든 사과는 겉모습이 멀쩡하듯이 이런 상품권 할인 판매는 아주 위험한 유혹입니다.
실제 소셜커머스의 상품권 할인 판매 사기 피해자는 속출하고 있습니다. 소셜커머스 도깨비 쿠폰에서 3차에 걸쳐 진행했던 상품권 25% 할인 판매에는 2천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는데 해당 업체는 돈이 모이자 문을 닫고 연락을 두절했고, 업체 사장은 해외로 도망갔습니다. 이 업체는 ISO 인증을 받았다는 인증서를 걸어놓고 중소기업청으로부터도 인증을 받았다고 선전했으며 일부 방송과 신문에 믿을만한 소셜커머스 업체라는 기사로 소개까지 됐던 곳입니다. 모두 사기를 위한 미끼였는데 말입니다.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소셜커머스 도깨비 쿠폰의 상품권 할인 판매 행사에 참여했던 이모 씨도 언론 기사와 중소기업청 인증서를 보고 신뢰를 갖게 됐고 먼저 상품권을 구입했던 사람들이 잘 받았다는 댓글을 올려놓은 것을 보고 천만 원 넘는 돈을 입금했다고 합니다. 상품권은 6개월로 나눠서 지급하는 방식이었는데 등기로 상품권을 받기로 한 날까지 연락이 잘 됐던 업체는 상품권 배송을 하지 않더니 이후 연락이 안 됐습니다. 이 씨 같은 피해자들이 송금한 돈만 50억 원이 넘습니다.
이 곳만이 아닙니다. 얼마 전 경찰 수사로 드러난 쿠엔티라는 소셜커머스 업체는 유명인을 내세워 광고를 하고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 협찬까지 하면서 미끼를 던지더니, 상품권 할인 판매에 참여한 사람 숫자가 어느 정도 되자 연락을 끊고 잠적했습니다. 해외로 도주한 이 업체의 실제 소유주 이모 씨는 결국 최근 붙잡혀 구속이 됐는데 조사를 해 보니 이런 상품권 할인판매 사기를 위해 이름만 바꿔가며 소셜 커머스를 5곳이나 운영했고 피해자는 3천 명에 피해금액만 44억 원이었습니다.
대형 소셜커머스 업체라고 상품권 할인 판매에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루폰 코리아가 최근 진행한 GS칼텍스 상품권 10%~15% 할인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돈은 보냈는데 상품권이 오기로 한 날 빈 봉투가 오거나 배송이 되지 않는 일이 잇따라 항의가 빗발쳤고 결국 그루폰 코리아에서 공개적으로 사과 공지문을 올리고 원하는 사람은 환불해 주는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그루폰 코리아 측의 설명은 상품권 할인 판매를 담당했던 업체가 배송에 문제를 일으켰는데 그루폰 코리아를 믿고 사람들이 구매를 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환불 등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소셜커머스 상품권 대박 할인 판매에서 왜 문제가 잇따르고 있는 걸까요? 우선은 유통구조상 안 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가증권인 상품권, 특히 백화점 상품권이나 주유 상품권을 액면가의 두 자리 수 이상 할인해서 판매한다는 것은 손해를 보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입니다. 상품권 유통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백화점과 정유업체 등 상품권 발행처를 취재해 보니 단체로 구매를 하든 어떤 방식으로 구매를 하든 10% 넘는 할인 판매는 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거래를 하지도 않는다고 말합니다. 현금이나 다름없는 유가증권인데다 호환성이 높은 백화점, 정유 상품권을 10% 이상 액면가 할인해 팔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상품권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업소나 구두방 같은 곳을 취재해 봤더니 역시 같은 설명이었습니다. 상품권 할인판매업자는 보통 10만 원 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사업하는 사람들이나 현금이 필요한 사람들이 ‘깡’을 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넘길 때 9만5천5백 원에 넘기고 여기에 자신들은 5백 원의 마진을 붙여서 판매하고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상품권 할인판매처나 구두방에서 백화점 상품권 할인 폭이 4~5% 수준인 이유였습니다. 상품권 할인 판매 업자는 “SNS에서 상품권을 10% 이상 할인해서 판다면 100% 사기라고 보면 된다. 불가능하다. 그렇게 파는 이유는 깡을 해서 당장 급한 자금난을 해결하려거나 사기를 치려는 의도인데 몇 번은 상품권이 잘 전달될지 몰라도 결국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소셜커머스에서 상품권을 판매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대형 업체이건 중소형 업체이건 이들은 할인 폭이 크다는 이유로 구입 금액은 일시불로 전액을 받으면서 상품권 배송은 3~6개월, 혹은 12개월로 나눠서 보내겠다고 합니다. 초기에는 카드 결제를 통해 구매자들이 더 살 수 있도록 유혹했지만, SBS 취재로 가맹점 계약을 맺지 않은 채 카드 결제를 하는 것이 법 위반이고 이렇게 판매된 상품권이 지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구매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지금은 현금 무통장 입금으로 지불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분들이 할인 폭에 유혹돼 거액을 현금으로 주고 구매하는 실정이긴 합니다.
그런데 돈은 일시불로 받고 상품권은 나눠서 보내주는 구조는 결국 돌려 막기를 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단계 판매처럼 일단 약속했던 할인 폭에 상품권을 보내주며 일시불로 받은 돈으로 자금 운영을 하다가 나중에 상품권을 보내야 할 때는 새로운 상품권 행사를 통해 들어온 돈으로 해결하는 폭탄 돌리기 방식입니다. 그나마 폭탄이라도 잘 돌아가면 위험한 계약이 굴러라도 갈 텐데 연결고리가 끊기면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그러니까 상품권 액면가 10% 할인이라고 하면 ‘깡’으로 5% 할인된 상품권을 구입했다고 하더라도 실상은 나머지는 구매자에게 5% 이자를 주고 돈을 빌리고 있는 셈이나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빌린 돈(상품권)을 갚을 수 있다면 다행이고 없다면 사기가 되는 구조입니다.
비슷한 피해 신고가 잇따르다 보니까 YMCA 시민중계실에서는 소셜커머스 상품권 할인판매에 대해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25%~30% 할인해 준다는 말에 속지 말라는 겁니다. 일부 언론이 상을 줬다거나 광고성 기사로 믿을만한 업체인 것으로 설명해 놓았더라도 주의하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여전히 “나는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상품권 할인 행사에 참여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상품권 할인 판매 유혹에는 언제 피해를 볼지 모르는 지뢰가 감춰져 있고, 자신은 바로 그 지뢰밭을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걷고 있다는 사실만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