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4년 만에 북한과 유골 반환 문제와 관련한 정부 간 대화에 합의하면서 양국 관계의 진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02년 9월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일본인 납치 인정과 사죄, 국교 정상화 교섭 재개 등에 합의했다.
하지만 2006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이유로 일본이 대북 제재 조치를 발동한 이후 양국 대화는 추진력을 잃었고, 2008년 8월 납북자 문제 협의 이후 대화가 단절됐다.
일본의 대북 대화 재개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 외교 관계가 극도로 악화한 상황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우리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 日 납치자 문제 해결 기대 = 일본은 한국, 미국과 공조해 핵·미사일 문제와 납치자 문제 등을 일괄 해결한다는 방침이었으나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에 진전이 없자 납치 문제를 분리, 독자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그동안 민주당 정권의 공약인 요코타 메구미 등의 피랍자 문제 해결을 위해 물밑에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꾸준히 타진해왔다.
본격적인 물밑 접촉은 작년 7월부터 시작됐다.
일본에서는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중의원 예산위원장(전 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이, 북한에서는 송일호 북일 교섭담당 대사가 나섰다.
두 사람은 올해 초까지 4차례 회동해 납치자 문제는 물론 유골 반환과 북송 일본인 처의 귀환, 국교 정상화 교섭 문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지난달 하순에서 이달 초순에 걸쳐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속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의 방북을 허용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부부를 만나도록 했다.
지난 9일과 10일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일본과 북한 적십자사 대표가 만나 유골 반환 문제를 협의, 정부 간 대화의 정지 작업을 마쳤다.
◇ 북한과 독자 대화…한국 견제 포석= 일본은 미국과 한국을 통하지 않고 북한과의 독자적 대화 채널을 유지하면서, 독도 문제 등으로 외교 관계가 악화한 한국을 견제하고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핵·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한미일 공조 체제의 균열을 시도하면서 일본으로부터 식량 지원 등 경제 협력을 이끌어내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미국은 물론 동남 아시아 국가들과도 다각적인 외교를 전개해 왔다.
하지만 일본이 한국, 미국과의 안보 공조를 해치면서까지 북한에 접근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의 뒤에는 중국이 있고, 일본은 갈수록 군사력을 증강하는 중국에 대한 강력한 포위망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정권의 최근 외교는 엉망이다.
미국과는 동맹 강화를 추진했지만 수직이착륙기의 오키나와(沖繩) 배치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고, 한국·중국·러시아 등 주변국과는 영토 문제로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따라서 노다 총리로서는 다음달 하순 당 대표 경선과 연내로 예상되는 총선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카드를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셈이다.
(도쿄=연합뉴스)